"흑백, 컬러, 와이드로 이어져온 TV시장을 이끌어 갈 다음주자는 어떤 제품일까 일단 일본 업계의 관심은 화면 크기가 40인치 이상이면서도 두께가 수 센티미터에 불과한 대화면 벽걸이TV에 모아지고 있다.
일본의 주요 가전업체들은 박형.대형을 겸비한 대화면 벽걸이TV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TV시장에 새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 이의 상품화를 적 극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상품화 방향은 박형화, 대형화의 관건인 디스플레이에서 NHK방송기 술연구소가 30여년간 개발해 온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탑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사실 기존 디스플레이에서 대화면 벽걸이TV에 필수불가결한 대화면, 고화질 박형의 3요소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PDP 이외에는 없다.
박형 디스플레이로 노트북PC 등에 주로 채용되는 액정디스플레이(LCD)는 가격문제로 대형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PDP와 비교, 2배이상의 개발비가 드는LCD는 개개의 화소에 반도체를 새겨넣는 등 미세가공이 필요하기 때문에대형화에 따른 경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컬러 브라운관도 두께나 무게 때문에 대형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례로 마쓰시타전기가 지난 87년 시판한 43인치의 세계 최대 브라운관 TV는 무게가 1백40kg이나 된다. 14인치가 약 10kg인 것을 감안하면 그 크기가 어느정도인 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박형이면서도 대화면화를 실현시킨 제품도 있다. 일체형 프로젝션TV 가그것으로 내부에 소형 TV를 장착, 렌즈를 통해 화면을 확대하는 방법으로브라운관형으로는 불가능한 40~60인치 화면을 구현한다. 일본에서 일체형 프로젝션TV의 최초 히트작은 지난해 8월 히타치제작소가 판매하기 시작한 39인 치형 제품. 화질은 일반 브라운관이나 LCD에 떨어지지만두께가 14인치 브라운관 TV와 같은 39cm에 불과, 소규모 식당 등을 중심으로그 수요가 활기를 띠었다. 이후 파이어니어가 가격을 37만엔으로 낮춘 43인치형, 샤프가 34만엔대의 36인치형 제품을 잇달아 출시, 저가화를 통한 시장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화 질상의 문제와 어정쩡한 박형으로 일체형 프로젝션TV시장은 아직까지는 일반의 관심권 밖에 있다. 현재 전체 TV시장에서의 구성비가 1%에 못미치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이 때문에 일본 가전업체들은 대화면 벽걸이TV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이의 상품화를 위해 먼저 대형 디스플레이, 즉 PDP의 생산에 적극 나서고있다. 두드러진 업체는 NEC, 후지쯔, 마쓰시타 등 3사.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42인치형 PDP를 개발한 후지쯔는 오는 2000년까지 6백억엔을 투자, 월 10만장규모의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NEC도 2000년 까지 총 8백50억엔을 투자해 40인치형 PDP의 월간 15만장 규모의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마쓰시타는 화면크기 26인치형 PDP를 이달중, 40인치형을 내년 6월에 각각 출시하는 한편 2000년까지 약 6백억엔을 투입해 양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한편 브라운관 TV개발에서 독자방식으로 고군분투했던 소니사는 대화면 벽걸이TV에서도 타사와는 다른 "플라즈마 어드레스 액정(PALC)"방식을 내걸고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PALC방식은 플라즈마라고 내세우고 있으나 사실은 액정패널에 가깝다.
현단계에선 대화면 벽걸이TV용 디스플레이로 PDP와 PALC중 어느쪽이 보다 적합한지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채택업체수에서는 PDP쪽이 훨씬 많은것이 사실이다. PDP진영 업체들은 96년 하반기에 대화면 벽걸이TV를 상품화할 예정이다. 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PDP채용 대화면 벽걸이TV가 차세대 TV로 자리잡을지는 미지수다. 박형.대형.고화질 3박 자를 동시에 갖추었다지만 아직은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가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어느선까지 내리냐 가 성패의 관건인 셈이다.
"1인치 1만엔". 이것은 일본에서 TV가 생산된 이래 지금까지 히트상품의 전제조건으로 불문율처럼 내려오고 있는 가격수준이다. 새로운 개념의 TV도우선 "1인치 1만엔"의 가격요건을 갖춰야 히트가 보장된다. 이 때문에 NEC, 마쓰시타 등은 PDP채용 대화면 벽걸이TV의 가격 낮추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1인치 1만엔"의 실현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쓰시타의 경우 26인치형 PDP의 샘플출하시 가격을 1백만엔 미만으로 끌어내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 스기야마 사장은 "현재는 이정도 크기에 이정도 가격이면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NEC측은 2000년까지 양산체제를 갖추고 완제품에서 1인치 1만엔대 가격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당장은 가격인하가 어려워 업무용 중심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후지쯔는 3년전 출시했던 21인치 PDP의 저조를 의식, 새로 생산하는 42인 치형은 초기에 1백만엔, 양산시 50만엔으로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이처럼 대화면 벽걸이TV의 1인치 1만엔 실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PDP의 양산이 본격화하는 2000년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상품화 시기에 "1인치 1만엔"이라는 성공보장 수치와의 거리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실질적인 과제다.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제2의 일체형 프로젝션TV로 전락할 가능성도 그 만큼 커질 것이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