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PC-NC(수치제어) 실용화 "눈앞"

PC를 수치제어(NC)장치의 두뇌부로 사용, 공작기계나 로봇을 움직이는 PC NC의 실용화가 목전에 다달았다. 일본의 도요타공기, 미쓰비시전기등 6개 사가 PC NC를 공동개발한 데 이어 NEC와 히타치정기도 공동으로 이 장치를 개발, 내년 봄 이를 탑재한 공작기계를 발매할 예정이다. PC NC의 최대 특징은 개방화. 따라서 이의 실용화를 계기로 화낙을 중심으로 한 NC업계의 질서에 변화가 예상되며 공작기계업계도 변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PC NC의 등장으로 곧 바로 기계의 가격이 종전의 절반선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불투명했던 부분이 "개방화"에 의해 명확해짐으로써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다" 지난달 말 도요타공기 본사에서 열린도요타공기 미쓰비시, 일본IBM, 야마자키마작, 도시바기계, SML등 6개사 공동기자회견에서 도요타의 스즈키 부사장은 PC NC의 실용화가 가져올 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또 "사용자들의 개방화 요구는 매우 강하다. NC만이 성역으로 계속 남아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PC NC의 필요성에 대해 각 업체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개방화"다. PC NC의 기본은 단지 전용NC를 저가PC로 대체하는 것만이 아니다. NC의 규격을 개방, 사용자가 어떤 회사의 PC, 앰프, 모터를 선택해도 사용할 수 있도록하는 것이다.

공작기계 사용자들이 종래의 전용NC에 대해 갖는 불만은 화낙, 미쓰비시등NC업체들이 NC본체가 앰프를 통해 어떻게 서보모터에 지시.제어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인터페이스부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 때문에 모터 나 앰프는 NC제조업체가 지정할 수밖에 없다. 공작기계업체나사용자가 "모터 만큼은 가격이 싼 다른 회사 것을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도 실행되기가 어렵다.

또 세계 전용NC시장의 50%를 화낙이 지배하고 있다. 당연히 공작기계의 성능이나 가격교섭의 주도권도 화낙이 장악하고 있다. PC NC는 전용NC의 이같은 횡포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개방화"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공동개발 된 제품들도 이를 지향하고 있다.

예를 들면 NEC와 히타치정기가 개발한 "SEICOS 5"는 기본적으로 화낙 이 외어느 회사의 모터에서도 작동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용자는 초기단계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질 뿐 아니라 하드웨어가 낡아질 경우도 하드웨어를 교체하거나 PC를 버전업하는 등 대응도 용이해진다. 도요타공기등 6개사가 공개한 시제품도 기본개념은 거의 같다.

현재는 2개방식이 있지만 장래는 IBM호환기라면 어느 PC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모터도어떤 회사 제품을 택해도 사용할 수 있는 형태를 상정하고 있다. 6개사도 한 자리에 모인 목적이 "규격에 맞으면 어떤 회사의 제품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즉 "표준규격마련"을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NEC, 히타치정기나 또 6개사 연합은 인터페이스를 유럽의 공통규격인 "서 코스"에 준거할 방침이다. 특히 NEC에서는 장래에는 한 방향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밝혀 양 진영간의 호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작기계업체에게 "개방화"는 낙관적으로만 비춰지지 않는다. 우선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개방화로 어느 회사의 부품이든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도록 되면 공작기계업체는 단지 기계를 모아 조립하는 회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 개방화의 결과로 공작기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가격이 보다 분명해져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가격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 밖에도 PC 자체의 성능향상으로 어디까지 PC NC를 사용하고 어디부터는전용NC를 사용해야 할지, 즉 영역구분이 앞으로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도요타공기의 나카무라 이사는 "금후 단지 기계를 조립하는 역할만으론 안된다.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며 PC NC실용화에 대응한 공작기계업체들의 활로를 제시한다.

미쓰비시 산업메카트로닉스 계획부의 한 관계자도 "PC에서 모두 제어하는 것이 현재로는 어렵지만 어느정도 PC 본체와 분리된 부분을 확보함으로써 독자적인 PC제어 노하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공작기계의 성능은 대체로 NC에 의해 결정돼 왔다. 이 때문에 공작기계업체는 전용NC 업체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다. "개방화"를 상징하는 PC NC의 실용화는 공작기계 업체들의 경쟁을 촉발시키고 체질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