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정보통신 표준과 기술

정보통신에 있어서 표준과 기술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표준은정보 통신의 기본속성인 연결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인 요소이다. 표준은 기술을 제품과 서비스로 구체화시켜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또 산업체와 사업자들에 경쟁의 장을 열어주는 매개체이다. 표준화에 수반된 경쟁은 값싸고질좋은 통신장치와 서비스 혜택으로써 사용자에게 돌아오고, 사용자가 내리는 평가는 다음 단계 기술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최근들어 정보통신부는 개인휴대통신서비스(PCS)표준방식을 선정.발표했다. 이것은 CDMA 단일표준과 CDMA+TDMA 이중표준방식을 두고 관련사업체 및산업체들이 오랫동안 치러온 치열한 열전에 종지부를 찍는 조처였다. 이번선정과정을 운동경기를 관전하는 심정으로 관찰해 보았다.

이번 "경기"는 체조종목처럼 최종판정은 심판이 내리는 것이면서도 채점기준이 불명확하고 복수심판제가 도입되지 않아 관전하기가 어려운 경기였다.

판정기준으로는기술측면, 사용자측면, 국제경쟁측면, 산업발전측면, 정치권의입김 언론의 방향, 외국의 압력 등은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쉽사리 계량화 할 수 없고 욧별 가중치 할당이 어렵고 객관화 하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정보통신부가 나름대로 소신있는 판정을 내린 것은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뒤따를 비판과 비난을 감수하고, 외부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결단을 내린 것은 일단 정부기관으로서 좋은 본을 보인것이라 간주된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그간의 열전을 종식시키지 못하고 도리어 새로운 문제 를야기시키는 징후들이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응당 정부의 결정에 순응하지 않는 사업체들에 화살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전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혹시 재고의 기회가 있으면 반영할 수 있도록, 또 장래 교훈을 삼을 수 있도록 이번 "경기"에 대한 "관전소감"을 몇가지 기술해볼까 한다.

첫째, 이번 방식선정이 얼마만큼이나 정량적이고 치밀한 분석을 토대로 내려졌는가 하는 점이 궁금하다. 비록 쉽진 않겠지만 관련요소 각각에 대한 비중을 계량화하여 집계해 보았으며, 각 표준방식의 선택에 따른 상황전개와 파급효과를 "전쟁게임"을 하듯이 단계적 시뮬레이션하며 분석했는지 궁금하다. 둘째, 이번 방식선정이 어떠한 장기 기술전략에 입각해서 되었는지도 궁금 하다. 만일 기술 쇄국적인 전략에 입각한 것이라면 그 타당성은 재고되어야하고 더욱이 다변화되지 않은 특정회사의 전유기술에 국가적 사업 전부를걸때에는 반드시 그 대응전략이 서 있어야 한다.

셋째, 이번 방식선정과정에서 표준화와 기술발전의 균형보조측면을 잘 고려해 보았는가 하는 점이다. 표준화와 기술발전은 두 다리와 같아서 항상 보조를 맞춰야만 균형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만일 표준방식을 보폭 이상으로 앞세워 놓는다면 균형이 깨져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것이다.

넷째, 이와 같은 표준방식 결정을 꼭 정보통신부가 내렸어야 하는가 하는점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 통신 표준은 사업자와 산업체들로 구성된 표준회 의를 통해서 결정되고, 정부는 경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줄 뿐, 기술표준 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또 선정된 표준에 대한 궁극적인 판정은 사용자와 시장이 내린다. 물론 우리나라의 형편이 선진외국들과는 달라서 이를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회에 자율조정능력을 키우지않는다면 언제 정부규제를 완화시킬 기회가 오겠는가. 이번 "경기"의 상황구성이 제대로 되지 못한 점도 심판을 정보통신부가 맡았기 때문이라고 할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경기"에 참여했으면 심판의 판정에 모두들 승복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하는 점도 있다. 만일 판정에 명백히 잘못된 점이있으면 물론 당연히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고, 또 그것은 공정하게 재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승복하고 다음 단계를 대비하는 것이 다 음번 승리를 위한 현명한 포석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의 표준과 기술에 관련하여 어떠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첫째는 국가 공유자산이라 할 수 있는 주파수를 관리 하는 역할이고, 둘째는 사업자들과 산업체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일이며, 셋째는 일정한 규정에 의거하여 사업권을 인허가 해주는 일이 되겠다. 이와 같은 역할에 충실하고 그밖의 기능들을 모두 산업 체,사업자, 사용자에 맡기게 되면, 앞으로 정보통신부가 이번처럼 어려운 심판 을 맞는 일이 없어지고 정보통신분야의 자율조정능력과 경쟁력이 함께 강화될 것이다. <서울대 전자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