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의 호조가 계속되면서 제조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에 비상이 걸렸다. "실리콘 사이클"을 붕괴시키고 있는 최근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 부응키 위해 세계의 주요 업체들이 투자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별 업체의 기존 장기 게획이 무력해지면서 과거 어느때보다 빠른 속도로 새로운 공장들이 세워지고 있고 예상밖의 경쟁 업체간 제휴도 잇따르고 있다. 과도한 투자로 인한 80년대 중반의 반도체 경기 침체의 재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으나 실제로는 별로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이제 새로운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반도체 생산이 번창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징표다.
위탁생산서비스를 하는 이른바 "파운드리(Foundry)"의 번창도 그 중의 하나다. 파운드리는 자체 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반도체 업체들로부터 주문 을받아 그들이 원하는 양의 제품을 생산해주는 업체를 뜻한다.
대표적인 파운드리로는 대만의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사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자사 판매용을 제외한 위탁생산액만 내년중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위탁생산 주문의 증가로 내년중 11억달러 규모의 6번째 공장을 대만내 에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투자가들이 공동으로 말레이시아에 파운드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등 파운드리의 설립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IBM이나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등이 다른 업체로부터 주문 받은 칩을 생산하고 있다는 의미에선 파운드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있다. 업체간 제휴의 움직임이 활발한 것도 반도체산업이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대목.
지난달 모토롤러와 IBM, 도시바, 지멘스 등 미.일.유럽의 주요 반도체업체 가제휴키로 했다고 발표한 것은 그같은 사례의 하나다.
이런 제휴의 밑바닥엔 반도체산업이 더 이상 특정 개별업체의 주도하에 놓일수 없다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6메가 시대를 거쳐 64메가, 2백56메가 더 나가 기가 시대를 향해 가까이갈수록 개별 반도체업체들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기본적으로는 돈과 기술의 문제다.
반도체가 고집적화할수록 생산 비용이 급속히 올라가면서 공장 건설에 투자되는 비용도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요즘도 웬만한 공장 하나 건설에 들어가는 투자비용이 10억달러에 이르고있는 상황임에 비춰 볼 때 자금 동원의 문제가 향후 반도체산업에서 살아남을수 있느냐의 관건이 되리란 지적이다.
파운드리의 번창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기술 또한 대용량.고집적 멀티미디어화하는 현재의 산업 추세로 볼 때 단일업체가 감당하기엔 점점 역부족인 상황이 되고 있다.
그 결과 과거의 경쟁업체들이 위험 분산을 위해 연합의 대상이 되는 상황 이연출되고 있다고 분석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상황은 일시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과정을 겪을것이며 따라서 업체간 제휴 움직임 속에서도 상호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휴 움직임이 커질수록 소수 강자 중심의 이합집산의 과정을 거쳐 시장 재편이 이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인텔, 모토롤러, LSI로직, 후지쯔, NEC, 지멘스 등 세계 주요업체들 이앞다퉈 반도체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수요 증가를 따라잡기 위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같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기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회사인 데이터퀘스트사는 이미 발표된 공장신설 계획 만도 30개에 달하며 그에 따른 투자비용이 올해 3백48억달러에서 오는 99년 엔4백77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오세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