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라면 누구나 시장독점을 꿈꾼다. 네트워크시대로 접어든 요즘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를 실현하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시장상황이 급변하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일본 닛케이비즈니스지는 최근호에서 디팩토스탠더드 defacto standard=사실상의 업계표준)"의 장악이 그 열쇠라는 점을제시한다. 다만 디팩토 표준의 경쟁은 냉혹해서 고통분담이란 것이 없다.
승자는끝까지 강하고 패자는 시장에서 사라진다. 먼저 디팩토 표준의 위력 및그 변화추이를 살펴보고 향후 분야별로 유력시되는 디팩토표준들을 소개한 다. 〈편집자주〉 디팩토 표준의 위력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려면 제2의 윈텔을 노려라". 미국의 벤처기업 사이에서 유행되는 말이다.
윈텔은 윈도즈와 인텔의 합성어, 즉 PC용 OS와 MPU 각각의 디팩토 표준을 결합한 말이다. PC의 디팩토 표준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사 양 사에 부가 집중됨에 따라 생긴 신조어다.
인텔의 순이익은 지난해 약 23억달러였지만 2000년에는 1백억달러에 달해 엑슨이나 제너럴 일렉트릭(GE)을 따돌릴 것이라고 포천지는 전망하고 있다.
MS도지난해 11억4천6백만달러로 미국 45위 업체에 올랐지만 머지않아 10위 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본래 이들 업체는 IBM이 PC시장에 참여할 때 OS와 MPU를 공급하는 부품조달업체에 불과했다. 그러나 IBM이 호환기를 용인해 시장확대를 겨냥한 전략 을내세운 덕분에 IBM 호환PC에 이 두가지는 필수적인 것이 됐다. 어찌보면 양사는 별 노력없이 디팩토 표준을 장악한 셈이다.
IBM은 뒤늦게 디팩토 표준확보를 목표로 윈텔에 대항하는 "파워PC"와 "OS/ 2"를 내놓았지만 아직은 별 성과가 없다.
윈텔의 성공은 디팩토 표준의 제압이 새 사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표본이다. 때문에 벤처기업들 사이에서는 윈텔과 같은 디팩토 표준의 획득이 최우선과제다.
디팩토 표준 그 자체는 하이테크시대의 산물이 아니다. 19세기의 철도궤도나전구 레코드 등에서 이미 존재해왔다. 단지 그 위력이 미약,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대전환은 전자.정보통신등 하이테크 세계에서 일어났다. 80년대 이후 VCR, PC용 OS, MPU등 각 분야에서 디팩토 표준은 그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하이테크분야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배경에는 두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기술혁신 속도가 빠르다는 점. 인텔의 고든 무어 전회장은 "반도체 세계에서는 1년 반마다 성능이 두배로 늘어난다"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제창했다. 이 법칙은 현재 그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 철도나 축음기시대에 는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컴퓨터등의 전자기술이 발전되고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정한 표준은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 들이 모여 논의하고 있는 사이 대상기술은 보다 향상된 방향으로 발전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일개 회사가 표준을 정하는 쪽이 빠르다. MS나 인텔이 "속도 전"을 기업전략의 제일주의로 내세우는 것은 기술혁신의 물결에 뒤늦게 탑승 하면 그 순간 디팩토표준의 제패기업으로서 자신들의 존재가치가 상실되어 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환의 또 다른 요인은 국제화 물결이다.
국가가 표준을 제정하고 그에 맞춰 기업이 상품을 개발하는 방법은 국가 테두리안에 시장이 있다는 점이 전제가 되어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해 가는 기업의 행동은 이같은 굴레를 거부한다.
당연히 국가가 정한 표준, 혹은 국가간의 협의로 정한 국제표준에 따르는것보다 일개 업체가 독자적인 규격을 국제화하는 쪽이 훨씬 시장독점에 유리 하다. MS나 인텔의 기업전략은 이같은 논리를 근거로 하고 있다.
사실 이같은 흐름은 정부차원에서도 적극 수용되고 있다. 일례로 로널드 레이건정부 이후 미정부는 하이테크분야에서의 국제경쟁력 강화책의 일환으 로디팩토 표준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독점금지법의 적용 완화, 지적재산권 보호의 강화는 디팩토 표준기업의 세력확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팩토 표준의 부상은 기업전략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동시에 기업간 경쟁 의성질도 변화시킨다. 소박하게 상품의 질.성능.가격에서 경쟁하는 것보다오히려 자사규격의 표준화를 위한 "정치적 상술"이 중요해진다.
디팩토 표준기업은 특허등 지재권을 방패로 스스로의 표준을 지키는 한편표준을 이용하는 기업에는 일정의 특혜를 주어 공존공영의 무대를 마련한다.
또디팩토 표준의 패밀리에 들면 돈을 벌 수 있게 해 공존공영의 영역을 계속 넓히며 점유율을 확대해나간다.
이같은 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디팩토기업의 기본전략이다. 이렇게 해서 강한 회사"는 탄생하고 있다.
그렇다고 디팩토표준이 무한한 번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디팩토 표준 을장악한 기업은 사실 시장을 "과점"하는 것이다. "독점자본"과는 다르다.
한순간이라도틈새를 보이면 극히 작은 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IBM 의최근 모습은 이를 엿보여 준다.
물론 업계를 항상 주도해 "과점"의 기반인 디팩토 표준을 장악하면 압도적 으로 강한 회사가 될 수 있다.
인터네트로 대표되는 정보네트워크시대에는 기술혁신, 국제화의 흐름이 거세진다. 디팩토 표준의 위력도 커질 뿐이다. 따라서 디팩토 표준을 축으로 한새로운 경쟁원리를 정확히 이해한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신기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