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간공학 표준" 대비 급하다

규격장벽이 인간공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품생산시스템.작업환경 등 인간의 기본특성과 관계되는 인간공학(Ergonomics)표준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인간공학이 국제품질 및 환경관련 인증제도인 ISO 9000과 ISO 14000에 이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대두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다.

독일 베를린에서 최근 열린 ISO 기술위원회(TC) 159 10차 총회에서는 인간 공학표준화작업을 전문가 확보、 개발생산시스템 구축、 작업환경 등 구체적이고 현장검증이 가능한 사안으로 압축、 추진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특히 이미 국가별로 인간공학 표준을 마련한 유럽연합(EU)은 유럽표준화위원회(CE N)가 제시한 통합안을 국제표준안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상황이다. ISO의 인간공학 표준제정은 인체의 제반특성을 측정.분석해 생산현장의 근로자들에게 최적의 작업환경과 소비자의 제품사용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 인간공학 표준화는 개념정의부터 인체생리학적 검사측정방식、 기계설비 및 작업방식 등을 포함한 제반 작업환경、 나아가 작업스트레스의 영향까지도 다루고 있다.

인간공학 표준화작업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궁극적으로는 수출의존형 개발도상국들에게 심각한 규제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TC 159에서 설정한 작업환경만 해도 온도.소음 등에 대한 기준 을 강화하고 각종 안전설비의 추가설치를 요구하고 있어 국제 표준규격을 충족시키려면 막대한 간접비용을 지출해야 할 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무작업을 담당하는 분과위원회의 활동은 물론 선진국들 의표준화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주체도 없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은 궁극적으로 인간공학 표준을 기존의 제조물책임(PL)법、 유럽안전규격(CE)제도 등 각종 안전규격과 연계해 수입품에 대한 규제장치로 활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간공학 표준이 마련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출의존형 국가들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번 10차 총회에 실무진을 파견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개인차원의 관심에 머물러있을 뿐이다. 특히 TC 159의 표준화 활동에 적극 동참해 선진국들의표준화 동향을 제대로 파악、 경쟁력강화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ISO의 인간공학 표준화와 관련한국제적 움직임을 반영할 정부차원의 표준화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이는 인간 공학 전문가를 양성、 인간공학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분과위원회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뚫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인간공학 표준화와 관련해 우리의가장 큰 취약점은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93년부터 미인간공학회 주도로 "인간공학 전문가 자격증 제"를 도입하고 학위 소지자의 경우 개발 및 생산 현장경력 5년 이상인 사람에한해서 필기시험 자격을 부여해 합격자에게 자격증을 교부하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도 조만간 자격증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간공학 전문가 자격증제도는 비교적 쉽게 검증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표준 화가 가장 먼저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 늦기전에 준비를 서둘러 인간공학 표준이 제정된 후에 부산을 떠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