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가번호인 44번을 돌려 영국에 사는 친구의 휴대폰에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난데 지금어디니?" "응, 제네바야, 출장왔어." 영국으로 전화를 걸어도 제네바에 출장중인 친구는 제네바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받는다.
국제전화 시스템에는 국가번호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비밀은 GSM이라는 디지털 휴대전화 시스템이 쥐고 있다.
GSM은 세계 이동통신시스템(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의 약자. 이 방식의 휴대전화를 상대방이 갖고 있으면, 그가 유럽 어느 나라에 있든또 홍콩이나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든 상관없이 단 한자릿수의 번호로 언제든지 통화가 가능하다.
GSM은 영국 브리티시 텔레컴(BT), 핀란드의 노키아 등 유럽의 통신서비스.
기기업체가공동으로 개발했다.
최근 이 GSM방식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 급격히 넓어지고 있다. 1개 업체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규격은 아니지만 국제무대에서 널리 사용되는유럽형 디팩토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GSM이 제일 처음 실용화한 것은 지난 92년. 95년 9월 26일 현재, GSM방식 을채택한 사업자는 57개 지역 98개 업체(정부기관 포함)에 이르고 있다. 이는또 올해 말까지 64개 지역 1백9개 업체로 확대될 전망이다.
GSM서비스는 유럽은 물론 이미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지역, 홍콩, 대만 인도 베트남, 중국의 북경.상해등 아시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GSM이 보급되지 않은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도 올해안에 GSM의 파생규격인 DCS 1900에 준거한 이동전화서비스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로써 GSM은 "글로벌"이란 말 그대로 전세계에 보급되어 명실공히 전세계 의디팩토표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전세계 GSM서비스 가입자수는 지난해 4백 만명 규모에서 현재 약 8백만명으로 2배 증가했고, 올해 말까지는 1천2백만 명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규모는 5천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전세계 휴대 전화 가입자의 20%에 해당한다. GSM이 불과 3년만에 세계 속에 파고들 수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 비결은 "네트워크의 외부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 가입자수가 4명에서 6명으로 2명 늘면 통화가능 회선수는 6통에서 15통으로 2.5배 증가한다.
이를 체계화해 보면 "통화가능 회선수=n(n 1)/2(n은 가입자수)"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이 현상을 경제학자들은 네트워크의 확대원리 "네트워크의 외부성"이라고 부른다.
이 "네트워크의 외부성"이란 원리를 놓고 볼 때 GSM은 이동통신분야의 디 팩토표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필요한 장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GSM이 1개의 전화번호와 1개 전화기를 가지고 GSM가입 주변국가 어디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GSM 채용 국가가 4개국에서 6개국으로 늘어나면 "네트워크의 외부성" 원리에 따라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선은 6개에서 15개로 증가한다. 이에따라 GSM 전체의 이용가치가 높아지고 이용가치의 증가는 또 참가국의 증가 로이어진다.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전화기 등 관련 기기를 제작하는 업체들은 개발과 투자에 적극성을 띠게 되고 제품의 성능향상과 가격저하가 뒤따르게 된다.
새로 통신서비스를 시작하려는 사업자에게는 "비용대효과"라는 측면에서더욱 매력적인 사업이 되고 참가자는 갈수록 늘어간다. 이러한 부익부 순환 이GSM의 급속한 확대를 가져다준 것이다.
이동통신분야가 국제적인 네트워크 상품이라는 점에 가장 먼저 눈을 뜬 것은유럽 업체들이다.
유럽은 1개국의 통신시장이 미국과 일본처럼 넓지 않다. 유럽업체인 BT나노키아로서는 사업성을 위해 적어도 유럽 전체에 보급될 수 있는 규격을 만들어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GSM이 탄생한 배경에는 처음부터 국제화를 의식한 유럽 통신기기업 체들의 전략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이동통신이 국내에 한정된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업계 표준의 자리가 굳어진 후였다.
"모토롤러 방식"이라고 불리는 TACS규격의 아날로그 이동전화를 각국에 판매해온 미모토롤러도 최근 북경에서 디지털 전화로는 GSM방식 시스템을 계약 하기에 이르렀다. 아날로그방식에서 자사규격으로 중국 27성중 23성에 대한 납품에 성공한 모토롤러도 디지털에서는 GSM방식을 채용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이 PDC규격의 이동전화를 상품화한 시기는 GSM이 이미 유럽에서 실용 화에 들어간 92년 1월. 독자적인 디지털이동전화규격인 PDC를 중국에 납품하 기위해 노력해 온 일본업체들도 중국의 중앙정부 관계자들이 이미 GSM에 대해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통신분야의 국제규격화는 다른 분야와는 달라서 국가단위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즉 GSM규격이 명실상부한 세계 이동통신의 디팩토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제 로밍협정의 필요사항과 가격책정 방법, 요금 배분방법 효과적 요금징수 방법, 개선방향 등을 정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GSM을 사용하는 통신사업자들은 아일랜드에 사무소를 둔 "GSM합 의서 그룹"을 결성하고 사업자들에게 정보와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커다란 이변이 없는 한 GSM방식은 디팩토 표준의 위치를 확고히 굳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심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