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39)

기무라를 만나기 전 사토리사에 대한 사전 정보를 수집할 때 와다를 보았다. 해외 네트워킹지와의 인터뷰에서였을 것이다. "사토리사의 부사장님이시죠? "사실 지금은 임시회장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하라다 카즈오회장은 어떻게 되셨나 보죠?" 잠시 후 고비는 떨떠름한 얼굴로 말을 잇는다.

"근래에 일어난 문제 때문에 사퇴하셨겠죠? 회사의 체면 문제도 있을 것이고 . "아뇨, 사퇴하신 게 아닙니다. 사실은 행방불명이십니다."고비는 잠시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한다.

"이번 가상도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테니까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될 겁니다. 단순한 돈 문제만이 아닙니다." 와다 액션은 잠시 고비의 흥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저희 회사의 기무라씨를 만나셨을 때만 해도 이번 일을 맡아주실지 확신 이없었습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기무라씨가 있는 대로 다 말씀드리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기무라를 만난 다음 느꼈던 그 섬뜩함이 다시 한 번 등골을 따라 흐른다.

"무슨 의미시죠? "차세대 가상 환경"이라는 것까지 다 보여 주시던데…….

기무라씨가안했다는 얘기가 뭐죠?" "이제 왜 우리가 박사님의 도움이 필요한지 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와다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선다. 와다의 턱에 송송 나 있는 수염처럼 결점 이 있는 것이 보인다. 눈도 좀 너무 원형인 것 같다. 터보 콘택트렌즈를 끼고 있어서 그런가? 육감적으로 고비는 그 홀로그램에 원거리 정보 수집을 위한 초감각적인 기능이 내장되어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게 같이 얘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얼마든지 집안의 다른 곳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 있으리라.

"회장님은 사토리시에 사고가 나기 직전 사라지셨습니다. 저희는 이 일이 사토리시의 사고와 연관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실은 그 분을 찾는 데에 박 사님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 일에 능통하신 박사님의 전문가적 경험과 지식 이말입니다." "제 전문가적 지식이요?" "직관적 수사가 전문이시잖습니까? 그 왜 뭐라 그러죠? "의식의 탐정"으로 유명하시죠? 변화된 의식세계의 현상을 수사하는 것 말입니다. 의식이야말로 사토리사가 하는 사업 아닙니까? 우리의 명성이 거기에 기초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