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수출 1천억불시대의 기술개발 전략

요즈음 노태우 전대통령의 소위 비자금 폭풍에 휘말려서 언론은 물론이고업계에서조차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우리 나라 산업계의 하나의 이정표가 새로 세워졌으니 바로 지난 10월말로 수출이 1천억달러를 넘어선 일이다. 금년 말까지 1천2백50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며 77년에 1백억불을 수출 한후 18년만에 달성한 그야말로 초고속의 성장이었다.

그런데 1천2백50억달러의 수출액 중에는 2백억달러의 반도체 수출이 특출 해보인다. 수출이 이렇게 잘될 뿐만 아니라 반도체 3사의 순이익도 천문학적 숫자를 기록하여, 반도체 3사가 속해 있는 그룹의 노다지로 큰 효자노릇을 하고 있으며, 이들 그룹이 대학에 기여하는 여러 지원사업의 재원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달부터 본지에 연재되고 있는 "정보통신역사 소리없는 혁명"에도 나온이야기이지만 80년 중반부터 정부의 지원으로 4MDRAM개발을 추진 하지 않았다면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왔겠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그 때는 반대도 많았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오늘에 와서는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이 산업발전에 필수적이란 인식은 다하게되었으니 그 동안 확실히 세상은 많이 바뀐 셈이다.

그러나 이제 수출 1천억불이 넘고 세계화를 부르짖는 이 마당에 냉철히 생각할 것은 이제까지의 기술개발 전력을 그대로 답습하면 되겠는가 하는 점이다. 금년에 이렇게 많은 수출을 하면서도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1백억달러를 넘을예상이고 무역적자의 상당부분이 대일 무역적자로 금년에도 1백20억달러 를넘을 예상이다. 그래서 숫자적으로 보이는 부품과 자본재의 국산화를 처방 으로 보고 이를 기술개발전략으로 삼고 있는 경향이 보인다. 이 전략은 전에는효과를 본 경험도 갖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품을 개발하기만 하면 일본업체가 덤핑하여(사실은 그 동안 바가지 씌웠던 것을 정상가격을 받게되어서 막대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부지기수이다.

그래서 이제는 남의 것을 베끼는 국산화만 가지고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국산화를 하면 어떤 경제성이 있겠는가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시스템 제조업체의 설계기술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설계기술이 시원치 못하다보니 기술제공선에서 지정하는 기계를 쓰고 또 부품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입이 늘어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점이 우수한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불평이기도 하다.

둘째로는 부품이든 자본재든 제품이든 간에 무엇인가 우리 독자적인 기술 이가미되어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키거나, 품질이 더 우수해서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전략을 실현하는 한 방법으로 시작된 기술개발사업이 바로 "선도 기술개발사업"이며, 별명은 G7프로젝트로 되어있다.

92년에 시작한 이 사업의 1단계가 끝나서 지난 3월에 수행중인 11개 과제 에대하여 평가를 했다. 세월이 지나고 보면 인간이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얼마나 부족한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상당한 과제가 이 평가를 계기로 계획을 보완하는 작업을 거쳐서 2단계를 착수하도록 추진되고 있다.

그래도 그 동안의 성과를 살펴보면 이 사업을 정말로 잘 시작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국민에게 많은 죄를 저지른 노태우 전대통령이지만 이 사업을 후원해 준 그의 공적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여간 이 사업에 대한 평가는 이번에 2단계를 맞이하면서 추가자원을 확보하여 과제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각 부처가 자기 부처에 서추진하는 과제를 이 사업에 포함시키고자 열띤 경쟁을 벌였는데, 이 사실만해도 이 사업의 경과를 알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난 2월 이 일을 위하여 G7종합평가기획단이 구성되어 3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과기처에서 94년에 작성했던 "2010년을 향한 과학기술발전장기계획 안 에 반영되었던 80개 과제, 1차계획때 보류되었던 2개과제, 과기처에서추가로 제안된 7개과제, 타 부처제안과제 12개, 기타 추천된 39개 과제 중에서 전문가의 조사연구결과 21개의 후보과제를 선정했고, 이 과제를 "선도기 술"로 추진하기에 적합하다는 검증을 전문가 토론 결과 10개의 후보과제를 선정했다. 10개 후보과제에 대하여 경쟁적으로 연구기획을 연구기관에서 수행하도록 했고, 그 결과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한 후 각 부처의 심의를 거쳐 평가기획단에 제출되었다. 개중에는 이미 연구기획이 선행된 과제 도 있어서 이는 별도로 평가하여 포함시켰다.

이런 여러 고비를 넘기며 엄선된 과제는 이제 정부의 최종 결정을 거쳐 확정되겠지만 이를 심의.평가함에 있어서 가장 주목했던 점은 기술을 어떻게획득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모든 기술을 우리 자력으로 개발할 수는 없으므로 적절한 외국과의 협동도 중요시했지만 창의력이 없이 모방을 하겠다는과제는 가급적 배제하도록 노력했다.

비단 이 사업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 나라 기술개발에 있어서 명심할 대목 이라고 확신한다. <연암공전 강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