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45)

"이걸 보면 내가 잘 있는 걸 알겠죠? 안그러면 자기가 찾아내기 전에 내가 먼저 없앴을텐데……. 자길 꼭 껴안았으면 좋겠다. 그르르르……." 그녀는 마치 암호랑이처럼 으르렁거리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곤 좀 심각하게 말을 잇는다.

"내 문제에 대해서 자책할 것 없어요. 절대 자기 잘못이 아니었으니까. 한가지만 약속해줘요. 혹시라도 아버님이 도움을 청하면 꼭 도와드려야 해요.

나를 생각해서라도요. 자기는 잘 모를지 몰라도 자기 최고였어요. 흘러가는대로 몸을 내맡기기만 하면 돼요. 곧 그 새로운 세계가 눈 앞에 나타날 거니까요. 자기는 그 세계의 문턱에 서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예요.

난자길처음 만나는 순간, 자기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후후, 내 그 기미코 육감이라는 게 말해줬거든요. 아, 잠깐만요……. 이것 좀 보세요.

" 오리가미가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하자 고비는 미소를 띄우지않을 수가 없었다. 날개를 퍼덕거리는 봉황새의 여러가지 모습이었는데, 그것은 기미코가 제일 좋아하던 잠자리에서의 자세였다.

"프랭크씨?" 복도에서 부르는 후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자 고비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와다 액션의 홀로그램은 아직도 그의 발꿈치에서 흔들거리고 있다. 약 간찡그린 얼굴이지만 눈빛이 어딘가 모르게 흐릿해진 것 같다.

"고비씨……?" 마치 물처럼 이름이 흘러나온다. 고비는 그 형상을 지나 재빨리 방을 떠난다. 복도의 끝에 서 있던 후안은 그 큰 몸이 과테말라 식의 셔츠 속에서 떨고있다. 후안은 고비의 개인 명상실 문에 귀를 대고 있다. 그 방은 후안이나 트레 보르를 포함한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왜 그러나, 후안?" "그분이요, 방금 이 방으로 들어가는 걸 봤거든요. 지금 저 방에서 같이얘기하고 계셨어요?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죠?" "내가 처리하겠네. 고맙네." 고비가 신발을 벗고 다다미방으로 들어가자 와다 액션은 고비 쪽으로 몸을돌리며 말한다.

"아, 박사님!" 그리고는 고비의 맨발을 보고는 살짝 웃으며 묻는다.

"저는 신발을 안벗어도 되겠죠? 어차피 별 상관없을 테니까요. 제 신발은 지금 뉴도쿄에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