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46)

"다 보셨습니까? 이번에는 또 뭘 보여드릴까요? 화장실은 어떨까요? 변기 물 속으로 같이 흘려보내드리죠." "고비씨, 여기서 작업을 하시나요? 진짜 작업말입니다."와다는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묻는다.

그 작은 방 한가운데에는 방석과 베개가 놓여 있고 그 앞쪽으로는 19세기 태국 불상이 놓인 작은 제단이 있다. 그 발치에는 작은 일본 불상과 재가 들어있는 향로도 보인다. 청동의 티베트 종(종)이 가까이 있다. 한 송이의 진달래가 놋쇠 꽃병에 꽂힌 채 봉헌돼 있다.

여기 마지막으로 앉은 것이 언제였더라? 트레보르를 알타베이츠 병원으로 데려가는 악몽이 시작되기 전? 고비 자신이 직접 치장한 벽에는 묵화(묵화)가 한 점 걸려 있다.

"원하신다면 진품으로 가져다 드릴 수도 있는데요." 와다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한다.

"뉴도쿄의 이데미츠 박물관에 걸려 있습니다." "진품이 무엇인지 어떻게 댁 같은 사람이 알겠소? 댁은 투영된 사물의 투 영체 아니오?" 고비가 비꼬아 말하자 와다는 웃음을 터뜨린다.

"그것 참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사방에 있는 사람은 아무데도 없는 것이나다름이 없으니까요. 어쨌든 이제 일 얘기를 할 때가 된 것 같군요.""대체 내게 원하는 것이 뭐요? 안한다고 하지 않았소?"와다는 다시 착 가라앉은 눈빛 으로 고비를 바라본다.

"박사님의 작업실을 직접 보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공명(공명)이 굉장히고차원적이군요. 발리식 테크닉을 배우셨나요? 아니면 버마식이요? 매개인을 매체로 일하시나 보죠?" 그는 손을 비빈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하지만 박사님, 그렇게 원시적인 정보를 믿으시다어떻게 될지 보이는 것 같습니다. 만달레이하고는 차원이 다르거든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시죠." "기분 나쁘시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말하라니까요." "좋습니다. 박사님 작업실을 보고 느낀 것은 "현재의 실패가 미래의 성공 보다 달콤하다"입니다. 박사님은 성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무슨 뜻이죠?" "어떻게 해서 오노를 찾는 데에 실패하셨나 짐작이 갑니다. 이곳은 에너지 권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누군가를 찾으시려면 뉴도쿄로 직접 오셔야 합니다.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진 이후 충만한 에너지를 십분 활용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