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일원으로 급부상한 싱가포르와 홍콩이 통신분야에서 한국과 대만은 물론 일본을 젖히고 아시아통신시장의 주역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중국 반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홍콩과 경제전반에 걸쳐 정부가 지도력을 발휘해 온 싱가포르. 이들이 통신분야 사업에서 보여주는 공통점은 의욕과 활력이 넘치는 젊은 인재들이 이끌어 나간다는 것과 사업의 배경에는 대자본이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싱가포르에는 센바원 미디어라는 인터네트 접속서비스업체가 설립됐다. 이 회사는 정부산하 센바원 그룹의 계열회사. 이 회사의 사장격인게이리 코 총경이는 "우리회사 직원들의 평균연령은 25세다. 우리는 경직된 분위기보다 부드럽고 창조성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고 말한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인터네트접속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3개사로 그중 센바원은 국내에 5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전체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싱가포르 최대의 인터네트 접속업체로 성장했다. 센바원은 해외에서도 일본 스미토모상사 등과 함께 싱가포르, 홍콩, 일본을 연결하는 전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 홍콩에는 인터액티브 멀티미디어 서비스(IMS)라는 인터네 트관련업체가 등장했다. IMS의 모체는 홍콩 최대의 통신업체인 홍콩 텔레컴 인데 홍콩 텔레컴 자체는 또 영국 케이블 앤드 와이어리스(C&W)의 자회사 다. IMS의 윌리엄 로 사장은 "이미 지난해 4백세대를 대상으로 아시아 최초로 세계 최대 규모의 VOD실용화를 위한 시험을 실시했다. 본격적인 서비스는 내년7월로 예정하고 있다. 우리는 해나가면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임하고있다 며 의욕을 나타냈다.
싱가포르의 센바원과 홍콩 IMS 사장의 나이는 우연히도 같은 34세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아시아의 "통신 허브"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통신분야에서 영국 C&W와의 관계를 살린 홍콩 텔레컴이 유럽과 미국 기업 유치에 성공하여 홍콩이 아시아의 "통신 허브"적인 위치를 유지해 왔다.
"통신 허브" 유치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양국의 대표적 업체는 싱가포르 텔레컴과 홍콩 텔레컴이다. 이 두 업체의 지난해 매출을 비교해 보면 홍콩 텔레컴이 3천억엔, ST가 2천2백억엔이었다. 이중 국제전화부문에서는 홍콩 텔레컴이 1천8백50억엔으로 매출비 61%, ST가 1천60억엔으로 48%를 차지했다. 요금체계 등의 차이가 있어 일관된 비교는 어려우나, 수치만을 놓고 보면 통신 허브"로서 홍콩이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통신 허브"의 자리는 이들 국가의 노력만으로 얻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아니다. 다국적기업 등 이를 이용하는 기업이나 기관들의 태도에 큰 영향 을받게 된다.
일본 기업의 대부분은 아시아의 "통신 허브"로 홍콩보다는 싱가포르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일본기업들이 싱가포르를 선택하는 이유의 하나는오는 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다는 점. 싱가포르 전신관리국(TAS)의 림 추앙 포 국장은 "홍콩은 97년 이후가 불투명하나 우리 정책은 앞으로도 변함이없다 고 말한다.
이에 대해 홍콩전신관리국(OFTA)의 알렉산더 A 아리나 총감은 "싱가포르는 97년을 역전의 기회로 보고 있으나 아시아의 통신 허브는 앞으로도 홍콩임에 틀림없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실제로 미국의 AT&T는 "홍콩의 특수 사정이야말로 진정한 기회"라며 이미4년전에 인터네트 접속사업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거점을 홍콩으로 결정했다. 또 캐나다의 노텔 등도 홍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통신 허브 라는목표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싱가포르와 홍콩이 원하는것은 같지만 통신 인프라를 둘러싼 정책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대조적이다.
싱가포르 전산관리국의 림 국장은 "이용자가 없으면 기업은 투자를 꺼리게된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먼저 이용자가 되어야한다 며 "촉진을 위한 개입" 정책을 표명한다.
이에 반해 홍콩의 아리나 OFTA총감은 "방해를 하지 않기 위한 불개입"정책 을주장한다. "민간 기업이 최선의 서비스를 펼칠 수 있도록 자유 경쟁을 장려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적극적인 불개입론을 펼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협조체제를 독려하는 싱가포르와 철저한 자유경쟁을 중시하는홍콩. 안정된 정책을 펼 수 있는 싱가포르와 위험은 따르나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이 매력으로 작용하는 홍콩.
아시아의 "통신 허브"로 싱가포르를 선택하는 일본기업들과 반대로 홍콩을 선호하는 미국과 유럽기업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싱가포르와 홍콩 어느쪽이 멀티미디어시대를 주도하는 아시아 "통신 허브" 의주도권을 잡게 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