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닌텐도, "게임기 왕국" 흔들

세계 최대 비디오게임기업체인 일본 닌텐도의 신화는 16비트 게임기를 끝으로 무너질 것인가. 32비트 "버추얼 보이"가 부진한데다 "시장평정"을 목표 로준비중인 64비트 게임기 "울트라 64"마저 출하시기가 거듭 연기되자 닌텐도앞날을 두고 이같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지난 7월 중순 내놓은 "버추얼 보이"는 고전하고 있다. 계획 발표 당시 연간 3백만대 판매"를 장담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발매후 4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일본내 판매대수가 10만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특수안경을 사용하지 않고 입체화상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가상현실(V R)기의 최대 특징이다. 그러나 하드웨어에 내장된 화면을 보면서 조작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은 플레이어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화면속 은빨강색 일색이어서 다양한 색상에 친숙한 비디오게임기 세대는 만족할 수없다. 소프트웨어도 눈에 띠는 것이 없다. VR기 전용으로 전투기대전형 소프트웨어 레드 알람"등 5가지가 발매됐지만 안팔리고 있다. 레드알람으로 닌텐도의VR기에 사활을 건 T&E소프트웨어는 적자에 빠졌다. 문자 그대로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그러나 닌텐도는 "버추얼 보이"의 부진을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상품이 본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96년 3월마감 회계연도 결산에서도 버추얼 보이의 이익은 제외돼 있다.

닌텐도의 관심은 온통 적자인 64비트기에 쏠려있다. 이것은 처리능력, 화상의 선명도, 속도등 모든 성능에서 16비트 제품을 훨씬 능가한다. 문제는 바로 이 64비트 게임기의 계획에 계속 차질이 생긴다는 점이다.

당초 닌텐도측은 세가나 소니의 32비트 게임기를 뛰어넘는 64비트기를 95 년에 발매한다고 발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발언은 금년 초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그후 침묵을 지키다가 결국 출하시기를 가을에서 연말, 다시 내년초로 연기했다.

그 이유로 닌텐도측은 소프트웨어 미비를 들고 있는데 주변상황을 보면 64 비트 게임기의 발매연기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비춰진다.

대체로 대형 양판점들은 닌텐도 64비트 게임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심지어 일부 업체에서는 오히려 현시점에 64비트 게임기가 나오면 시장 만혼란해질 뿐이라며 냉담한 태도다.

실제로 이들은 이미 크리스마스 및 연말.연시 성수기를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 세가의 "세가 새턴" 그리고 닌텐도의 16비트 "슈퍼 패미컴"으로 꾸려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한마디로 소니와 세가 제품이 예상외로 잘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가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은 올 여름까지 각각 1백50만대 가팔렸다. 연말까지는 2백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들 제품이 게임기시장을 장악한 상태는 아니다. 두 제품을 합쳐도 닌텐도 슈퍼패미컴의 누계 출하대수인 약 1천6백만대에 훨씬 못미친다. 하지 만닌텐도는 64비트 게임기의 차질로 연말성수기를 사양길로 접어든 16비트와 32비트 게임기간 경쟁에서 맥못추고 있는 버추얼보이로 버텨 나가야 할 형편 이다. 때문에 이 64비트게임기의 차질이 닌텐도 앞날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우려 도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당장에 닌텐도의 신화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적어도 당분간은 현재의 수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닌텐도의 수익원이 소프트웨어의 위탁생산시스템이기때문이다. 닌텐도는 소프트웨어업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일단 사들여 생산한 후 개발소프트웨어업체에 되파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닌텐도는 사실상 소프트 웨어의 질과 가격을 전면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수익률이 60% 에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닌텐도를 지탱해 주는 소프트웨어의 신통력도 차츰 약화되는 경향 이다. 대히트작의 기준인 밀리언셀러는 올해 슈퍼마리오가 등장하는 요시아일랜드 한개뿐이다.

게다가 내년 봄으로 출하시기가 연기된 64비트게임기가 충분히 승산있는 소프트웨어를 준비해 약속된 시기에 나올지도 의문이다. 스퀘어등 닌텐도의64비트 게임기용 소프트웨어를 준비중인 업체들은 그 시기를 내년 하반기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닌텐도의 명성은 32비트 시대의 개막과 함께 조금씩 퇴색되고 있다.

또한차례출하시기를 연기하면 그에 따른 타격은 치명적일 것이다. 그 때쯤 이면 게임기시장의 절반이상을 32비트 게임기가 차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 연말이 닌텐도에게는 확실히 시련기다. 게임기 최대업체 닌텐도가 32비 트제품의 소홀과 64비트 게임기의 출시 차질에 따른 명예실추를 어떻게 만회 해나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