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케이블TV업계 "침체 늪" 탈출 안간힘

자동차를 타고 맨해튼에서 동북쪽으로 약 1시간 반을 달리면 코네티컷주워터베리에 위치한 미국 14위 케이블TV업체인 새몬즈 커뮤니케이션스사를 만나게 된다.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공중파방송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지역이 아직있다. 워터베리도 월 22달러70센트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케이블을 깔지 않으면TV를 전혀 볼 수 없는 지역이다.

50년대 초 미국 일부 난시청지역에는 중계 안테나 조차 없었다. 지역 주민 들이 돈을 모아 공동안테나를 세우고 각 가정에 송신하기 시작한 것이 케이블TV의 모체가 된 것이다.

케이블TV사업은 설비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유료방송체제로 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공중파를 수신할 수 있는 대도시 지역주민들은 수신료를 지불하면서 케이블TV에 가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현재미국은 전 국토의 90% 이상 지역에 케이블이 깔려있고, 70% 이상의가정에서 케이블TV를 시청하고 있다. 이같은 케이블TV 시청률의 증가는 일반방송과의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다. 80년대 초반부터 뉴스전문 CNN, 스포츠전문 ESPN 등 광고없는 프로그램의 공급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설치비에 대한 부담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아 미 최대 케이블TV업체 인텔레커뮤니케이션스(TCI)조차 93년 기준 총매출 41억달러로 7.5억 달러의 경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94년에는 연방통신위원회가 요금을 7% 인하해 케이블TV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통신사업의 규제완화로 자금이 풍부한 전화회사들이 케이블TV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케이블TV업체들의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케이블 TV업체가 반대로 전화사업에 뛰어들 수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문제가 많은 실정이다. 케이블TV는 프로그램의 전문성과 다양성에 사업 기반을 두고 있다. 최근등장하고 있는 디지털 위성방송(DBS)은 큰 폭으로 증가한 채널수를 바탕으로풍부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케이블TV의 존립여부에까지 위협을 가하고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은 현재 케이블이 깔리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위성디지털 다채널방송은 시작 당시부터 50개 이상의 채널을 확보하고 스포츠 등 전문프로그램에 충실하면서 공중파나 케이블TV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화질을 무기로 시청자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의 이런 기세에 놀란 TCI도 DBS사업에 직접 참여하여 아시아와 유럽지역을 대상으로 방송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케이블TV업계에 경쟁력을 가질 만한 무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TV업계는 동화상을 전송할 수 있는 동축케이블의 네트워크를 보유 하고 있다. 회선의 광섬유화도 케이블TV가 3분의 1 이상 완성된 상태로 아직10 도 진행되지 않은 전화회선과 비교해 우위에 있다.

또 케이블TV는 유료방송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노하우의 보유라는 측면에서디지털위성 다채널 방송보다 한 수 위에 있다.

케이블TV업체들은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을 때 새로운 서비스를 확보해야 한다"며 살아 남기 위한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케이블TV업체들이 전화업체 위성통신업체 등과 경쟁해 아직 상대적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는 분야는 주문형 비디오(VOD)서비스다.

VOD는 통신망의 핵심 멀티미디어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최근들어 보급의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으나 VOD는 기본적으로 실현을 전제로한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새몬즈 커뮤니케이션스사는 현재 자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4만5천가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만여가구에 유사 VOD서비스의 시험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새몬즈사가 제공하는 유사 VOD서비스는 4종류의 영화를 각각 5개 채널로 15 30분 간격으로 보낸다.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그중 1개 채널을 케이블TV 회선을 통해 선택하는 것으로 요금은 한편당 2달러95센트다.

이와 관련해 새몬즈사의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다. 활동시간대가 다르므로 편한 시간에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당분간은 완전 VOD서비스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힌다.

TCI도 덴버에서 VOD실험을 2년간 실시해 왔다. 대상 3백가구 중 절반은 새 몬즈사와 같은 유사 VOD서비스(2달러95센트)로, 나머지 절반은 완전 VOD서비 스(3달러95센트)를 실시한 결과 완전 VOD가 더욱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레고리 데브레스 부사장은 완전 VOD와 유사 VOD에 대한 조사결과 에서 "그 차이가 거의 없어 완전 VOD서비스에 주력할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밝힌다. 많은 케이블TV업체들은 이제 살아남기 위한 돌파구의 하나로 VOD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분명히 케이블TV업체는 시청자들에게 유료로 TV를 보게하는 노하우를 많이 축적하고 있다. 게다가 양방향 서비스사업의 현실화에도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정보통신사업의 노하우 확보에 전념하지 않으면 케이블TV업 체들은 더욱 더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심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