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61)

"우선 이팍랭이라는 피부 좀비가 있고 크락랭이라는 피 좀비가 있네. 그리고 샤랭이라는 살 좀비와 루스랭이라는 뼈 좀비가 있지. 이것들은 자네 손을 머리에 얹기만 하면 다 넘어지게 되어 있네. 그러나 르메랭이라고 부르는 사마귀 좀비만은 칼로 찔러야 하지. 그래서 이름도 특별히리미라고 한다네." "그런데 왜 이단인 제게 이런 일을 맡기시는 거죠?" 젊은이는 묻는다.

"자네가 이 일에 필요한 아홉가지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세." "그게 어떤 것들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성과 총명, 육체적 힘, 그리고 예술을 잘 아는 것이지. "그렇게 해서 제가 얻는 건 뭐죠?" 살아 있는 미라를 바라보며 젊은이가 묻자, 노승은 웃음을 터뜨린다.

"자네는 이단자니 금으로 변할 로랭의 시체를 가져도 되네. 뼈에 붙어 있는살을 도려내게. 하지만 그 금을 술이나 계집 같은 나쁜 일에 써서는 안되네. 자네가 좋은 일에만 쓰면 낮에 잘라낸 살이 밤이면 새로 생겨나 영원히쓸수 있을 것이네." "그렇다면 스님은 뭘 얻으시는 거죠?" 노승은 이번에도 웃음을 터뜨린다.

"자네가 알 필요는 없네. 왜, 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아니면 자네도 모르는 사이에 부를 좇는 건가? 날 돕기가 싫은가?" 젊은이는 계곡을 뒤덮은 어둠을 바라본다.

"절 언제 부르실 겁니까?" 노승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체구에 걸맞지 않은 호탕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생에서는 부를 일 없네! 내가 자네를 부르려면 앞으로도 많은 생이 지난다음일 걸세.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젊은이는 골짜기를 내려다 보며 부르르 몸을 떤다. 노승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메아리치며 울려퍼진다. 종소리 같기도 하고 염불 외우는 소리 같기도하고 수천 개의 염불바퀴를 돌리는 소리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젊은이도 노승도 저 멀리서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어두운 물체 를보지 못했다. 그는 하나도 빠짐없이 들은 것에 만족하며 사라진다.

"그게 어느 생쯤 될까?" 타시 누르부는 생각한다. 거기에 맞춰서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 고비는 눈을 뜬다. 도르헤는 염불바퀴 돌리는 것을 멈춘다. 타라도 감았던눈을 뜬다. 카일라스산의 눈 덮인 바위에서 자라는 풀잎 같은 투명한 초록빛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