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66)

"당국에서도 알고 있나요?" "알 수 없는 일이죠." 도르헤는 껌을 꺼낸다.

"하나 드릴까요? 바하의 꽃요법입니다. 하나 들어보세요. 구조용입니다.

운전하는데도 좋죠. 사고방지 효과가 있거든요."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고, 대답이나 좀 해주시죠. 가상도시에 방송하는 자들이 있다는 걸 당국에서도 알고 있냐구요?"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연락이 안됩니다. 이건 완전히 일방적인 방송이니 까요. 더군다나 갈수록 전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전파가 점점 약해지는 것으로 봐서 말입니다." "기가 막힌 일이군요." 어이없는 듯한 눈으로 모자의 챙을 바로하고 있는 알폰소를 바라본다.

"자, 이번에는 어느 분이신지 볼까요?" "안녕하세요, 전 필입니다." 여드름투성이에 푸르스름한 빛이 나는 빨강머리가 화면에 나타난다. 뺨이 홀쭉한 게 눈밑에 짙은 테가 있고 천식환자처럼 호흡이 거칠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뭘 해드릴까요? 비행기를 태워서 집으로 보내드릴수는 없겠지만 그 다음 소원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제 여자친구 노마에게 노래를 하나 띄울 수 있을까요?""물론이죠. 어디서사신다고 했죠?" "클리블랜드요. 가상도시를 같이 여행하던 중이었는데 사고 순간에 서로놓쳤답니다. 노마는 그래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저는 아직도 여기 이렇게 . "그 심정 알만하군요.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십시오."킹 알폰소가 동정하는 빛을 보인다.

"아직도 우리 방송국이 인기 최고니까 어디선가 듣고 있을 겁니다. 그래, 사랑하는 노마씨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자기야, 보고 싶어. 어디 있든지간에 몸조심하고 잘 있어. 사랑해."킹 알 폰소는 현란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친다.

"그렇게 딱 어울리는 말은 나도 못했을 거요. 노마씨, 잘 들으셨죠? 여기우리 모두가 우정의 키스를 보냅니다. 자, 이제 무슨 곡을 틀어드릴까요?"" 음, 오늘밤에는 옛날 곡을 트시니까 "Rose Garden"이 어떨까요?""지금 곧 들려드리죠. 이 곡이 끝나면 다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계속 해서 방송해 드리겠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영역과 의식영역에 있는 모든 이들을 생각하며 클리블랜드의 노마씨께 보내는 노래입니다…….""이건 정말믿을 수가 없군요." 고비는 연방 같은 소리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