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67)

도르헤는 집 바로 앞에서 차를 세우고는 택시의 문을 열어준다.

"태워다 줘서 고맙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잘 해내실 거라고 믿습니다. 드게 브스니엔!" 도르헤는 고비의 팔을 잡는다.

"그거 무슨 뜻인지는커녕 발음도 제대로 못하겠군요.""자신의 능력을 믿으라는 겁니다. 다 잘될 것입니다."도르헤가 진지하게 말한다.

"자신감 체인점을 한번 열어 보시죠?" 집으로 연결된 층계를 오르며 고비는 농담을 한다. 현관에 불이 꺼져 있어집이 꽤 어두워 보인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도르헤는 다시 택시에 올라타고 사라져 간다.

집은 완전히 빈 집 같다. 후안도 집에 갔을 시간이다. 사토리에서 보낸 뉴 도쿄행 비행기표가 부엌의 싱크대 위에 놓여져 있다. 고비는 티켓을 집어들 고여행 일정을 꼼꼼히 살펴본다. 화상에 빛이 들어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고비는 화상을 켜고 명령한다.

"메시지 전달!"하는 순간 무릎 관절에서 우드득 하는 소리가 난다.

트레보르의 눈 밑에 짙은 원이 드리워져 있고 소리없이 움직이는 입에서말이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아주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다. 트레보르를보러 병원에 갔을 때쯤해서 메시지가 녹음된 것 같다. 어떻게 그랬을까?" 안녕하세요, 아빠? 저 때문에 걱정 많이 하시죠? 하지만 전 괜찮아요. 걱정 안하셔도 돼요. 지금 당장 돌아갈 수는 없지만, 곧 돌아갈 수 있게 될 거예요. 약속할게요. 몇 단계를 더 끝내야 여기서 나갈 수가 있거든요. 이 게임 정말 무지무지하게 재미있어요. 온갖 희한한 것들이 막 달려들거든요. 악마, 좀비, 도깨비, 그리고 온갖 종류의 허기진 유령들이 막 달려들어요. 여태까지 본 것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 있죠? 아빠도 한번 보시면 이해할텐데.

어이쿠! 죄송해요, 아빠. 이제 끊어야겠어요. 통화료가 많이 나오거든요.

아시겠죠?" 그리고는 트레보르만의 그 애늙은이 같은, 다 아는 듯한 미소가 화면을 가득채운다. 계산 하나는 누구보다 정확하고 잘하는 아이다.

"아빠, 이제 저한테 한 이천 볼트 주셔야 해요?! 알았죠? 사랑해요. 안녕 히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