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의 "네트워크 우산"

80년대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력이 한창 비교되어 미국의 쇠퇴와 일본의 지배력에 의한 역전 가능성이 점쳐졌던 시기였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도 황색 공포증이라 불릴 만한 사회적 경계심의 과잉현상이 나타나 미국내 동양계들 이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하곤 했다.

90년대 들어서도 이같은 사회적 반응이 다 수그러든 것 같지는 않지만 국가의 총체적 경쟁력을 놓고 볼 때는 미국의 우위가 흔들리기보다 오히려 강화되고 있음을 본다. 8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지배력약화 분석 및 전망은 90년대 들어 무색해져 가고 있다. 미국의 위상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점 더 강화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미국의 지배력이 견제없는 독주로 인해 전세계에 새로운 재앙을 초래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미국의 힘은 과거 군사력과 경제력 중심으로 탄생됐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원천을 갖고 있다. 물론 군수산업의 발달과 막강한 경제력이 뒷받침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세계 최선두에 선 컴퓨터산업을 기반으로 한 전세계 네트워크의 거의 독점적인 지배가 구체화하고 있음으로 해서 미래세계에 대한 지배력까지 장악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80년대 일본의 미국에 대한 지배력 역전 기대도 실상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창출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소비시장을 형성 하고 그 토대 위에서 소비재적 개발기술을 발전시킨 일본의 눈부신 약진은 미국인들을 황화 공포로 몰아가기도 했던 것이다. 미국의 어린이들이 즐기는컴퓨터게임 산업을 지배하는 일본은 동양세계에 대해 거의 무지에 가까운 신비감을 느끼는 서양인들이 마치 주술을 두려워하는 고대인처럼 공포를 느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일간 국가경쟁력의 역전은 미국 쪽의 엄살이었거나 일본 쪽의꿈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국가경쟁력은 되살아나고 있다. 미래 기술의 두뇌인 운용체계(OS)、 즉 컴퓨터 운용체계와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정보네트워크는 전적으로 미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의 경쟁력 은더욱 강화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자국 단위의 네트워크 구축도 엄두내기 어려운 국가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미국은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야심만만한계획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올 한해 인터네트의 열풍에 휩싸여 지냈고 연말을 앞두고발표된 MSN 내장 윈도95 한글판은 불공정거래 시비、 한글코드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마치 탱크가 논밭을 깔아뭉개고 지나가듯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이같이 무자비한 시장 진군은 발매 직후부터 소비자의 호응이 대단하기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국내 관련 당사자들로서는 결코 유쾌한 일은 못될 것이다.

OS기술에 네트워크 기술이 하나로 묶여진 윈도95의 지배력에 대한 예상은 분명히 공포심을 갖게 하는 일면이 있다. 주인이 따로 없다는 인터네트망도 현재로서는 여전히 미국의 것이다. 운용주체가 따로 없다지만 네트워크 안에담겨진 정보는 미국의 지식이고 미국의 이데올로기이며 사용언어는 미국의 일상언어이고 표준을 정하고 질서를 세워가는 주체 또한 미국인들인 것이다.

그런 인터네트가 올 한해 우리나라를 휘감아 돌았고 그 영향력은 이제 일 과성 바람으로서가 아니라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냄새를 재워넣고 있다. 이미네트워크의 위력이 일상 속에 깊숙히 침투해 있고 그 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인 인터네트를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 또한 그 인터네트로 누구나 손쉽게 들어가는 기술상품을 미국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 지배를 뒷받침하는 힘은 동서냉전이 사라진 현재, 막강한 군사력이 아니라 정보통신기술로 대체된 것이다.

이런 미국의 정보통신기술은 그들의 경제력 못지않게 개방된 사회가 키워낸사회적 창의력에 토대를 두고 있다. 케네디 시절 소련에 뒤진 우주항공기 술에 자극받아 시작한 새로운 교육의 결실이 이제 30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생각할 점은 미국이 지배력을 갖고 있는 미래 정보사회에서 어떻게 우리 를 지켜내느냐 하는 개방과 자주의 조화문제와 더불어 그들이 어떻게사회적 창의력을 길러냈는지를 보고 배우는 일이다. 역전의 기대가 아직은한낱 꿈에 불과한 일본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 우리나라의 21세기 발전모델 은 창의력이 더 길러지고 발휘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