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인식업체들의 인식부족과 근시안적인 태도로 세계 바코드 표준을 결정 하는 기술분과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보도다. 한국자동인식산업협회는 최근 전세계 바코드 분야의 표준을 결정하는 단체 인국제자동인식산업협회로부터 내락받은 기술분과위원회 상임이사국 자리를회원사들의 관심 부족으로 반납해야 할 처지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상임이사국에 선정될 경우 바코드분야의 표준 마련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어세계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바코드는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사용해온 막대모양을 버리고 정사각 형안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맥시코드"로 바뀌는 과도기에 있어 표준화 향방 에세계자동인식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같이 중요한 시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이사국 자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무역기구(WTO)출범 이후 선진국들은 까다로운 산업표준과 기술규정 등 을새로운 무역장벽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컴퓨터나 가전산업은 산업계의 표준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난다. 최근에 표준규격을 마련한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의 경우도 표준을 주도한 업체들은 앞으로자기들의 기술을 상품화해 다른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으며 그 표준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려는 업체로부터 로열티를 받아낼 수도 있게 됐다.
산업이 고도화.다기화하면서 표준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표준의 종류도 많아져 한해에도 전자분야에서만 수백건의 중요한 표준이 제정되고 있다. 고선명(HD)TV분야에는 미국.유럽.일본 등의 유명 가전업체들이 서로 자기의 방식을 표준으로 삼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다. 따라서 자동인 식업체들의 안일한 태도는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리가 상임이사국 자리를 얻어내기 어렵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가입에 필요한 가입비와 경비 등을 포함해 1천만원 가량을 조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한다. 협회는 회원들의 비협조로 가입비를 추렴하지 못하는 바람에 반납 이외의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회원사들이 영세하고 경영사 정이 좋지 않다면 돈이 들어가는 일은 미룰 수도 있다. 그러나 회원사들이 모두 영세해 상임이사국 가입비도 추렴하지 못할 정도라면 협회는 이 일을 당초에 추진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협회는 이 일의 성사를 위해 지난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캔 테크 USA"에 참가했으며 특히 일본의지지를 끌어내는데 적지 않은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정이 꼭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결국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이유는 자동인식업체들의 표준에 대한 인식이 시대에 뒤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통 및 물류 현대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바코드를 도입하는 업체들이최근들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유통.제조업체 등 바코드를 도입하고 있는 업체들이 단위 매장과 본사의 호스트 컴퓨터를 접속、 활용하기 위해서는 판매시점정보관리(POS)시스템뿐 아니라 바코드를 표준화하는 것은당연한 일이다. 특히 오늘날 국가간의 상품 교역량이 늘어남과 동시에 다양해지고 있어 국제적으로도 바코드 통일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표준화에서 뒤지면 뒤질수록 표준화를 위한 비용은 늘어날수밖에 없다.
자동인식업체들이 바코드의 표준화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것은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는 전세계 바코드 표준 화를주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을 뿐 아니라 바코드 분야에서 선진 국에비해 뒤질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이나 산업표준을 정확히 파악해 이같은 우를 두번 다시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표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기술 개발이나 상품화 못지않게 표준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 그것에 유연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