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학기술의 세계화 과제

우리나라는 오는 21세기초 G7대열에 합류한다는 목표로 과학기술은 물론 각부문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세계화는 기술개발과 필요기 술의 조달、 첨단기술의 활용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세계적으로 활동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지식.기술정보가 중시되는 21세기의 발전원동력이 바로 과학 기술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하다.

과기처가 지난해 9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산하 과학기술정책위원회(CST P) 정회원국에 가입함으로써 우리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이미 OECD회원국이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과학기술현황을 보면 OECD회원국으로 대우받을 형편 이아니다. OECD 과학기술산업국(DSTI)이 최근 발표한 "한국 과학기술정책 평가보고서 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전반적으로 OECD기준에 도달했으나 과학기술 발전기반이나 연구시스템이 아직 개발도상국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인력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정부의 과기정책도 종합조정기능이 취약하며 그나마 세계 무역기구(WTO)체제 출범 등 대내외 환경변화로 한계가 드러나는 등 낙후성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러한 평가는 한국산업기술협회가 최근 발간한 95 년판 산업기술백서에서도 잘 나타난다.

사실 우리나라는 연간 연구개발(R&D)투자비가 1백억달러를 넘어섰고 종합 과학기술력면에서 세계 15위로 향상됐지만 기술의 대외수지에 관한 한 적자 국가로 선진국들과는 비교가 안되는 개도국이다. R&D투자비에서 차지하는기술수입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나 아직도 19%정도에 달해 OECD회원 국들과 비교할 때 해외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전자.부품산업 등에서 눈에 띄게 높아 앞으로 산업구조 고도화과정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인당 연구개발비는 1백70달러로 OECD회원국 평균인 4백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미흡한 수준이다. OECD가 우수하다고 평가한 인력자원 면에서도 자연과학 계열보다 공학계열 인력이 적고 그나마 고급인력이 대학.정부.대기업 등에 배치돼 있어 기술혁신에 공헌하는 정도가 낮은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기술선진국으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전환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

국제기관의분석 등으로 우리 과학기술정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과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도입 과 모방중심인 우리의 과학기술전략도 대내외적인 환경변화에적절히 대응하면서 창의적.독자적 혁신전략으로 바꿔야 한다.

우선 과학기술정책 관련조직의 재정비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과 기처가 각 부처별로 중복된 과학기술 관련정책을 종합 조정할 수 있도록 부 로승격시켜야 한다는 OECD 권고안을 단순한 안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우리 과학기술 육성차원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과학기술 정책결정이 취약하고 부처별로 자기영역을 보호하려는 관료주의가 상존해 있다는 게 OEC D의 지적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의 요체인 연구개발 프로그램 확대와 기술 하부구조의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대표적인 G7연구개발사업 특허가 지금까지 국내외에 2천5백건 이상 등록된 사실만으로도 이의 중요성이 입증된 셈이다. 정보기술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들이 추진되고 있으나 소프트웨어 개발.반도체 설계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기술하부구조의 강화도 절실하다. 정보기술분야 연구 주체간의 이해상충으로 대다수의 연구 프로그램들이 제각각 따로 놀고 있고、 다른 하부구조와 제대로 연계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기술지도 조직을 선진화해 기술 이 하부조직까지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한 국가의 기술혁신을 위해선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인프라를 마련해주고 기업은 기술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단위는 국가가 아니고 기업인 것이다. 세계기업들 과경쟁하는 데 정부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도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