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U리포트] 세계 정보통신산업 동향 (5)

80년대 들어 통신업계에 개방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전화서비스업체와 케이블TV업체를 비롯한 통신업체들도 전략을 바꿔야 할 위치에 놓이게 됐다.

이전까지의 통신서비스가 "가입자" 지향의 공익적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부터의 서비스는 영리추구색채를 띠어가기 시작했다. 이와함께 경쟁체제도 도입됐다. 적도 동지도 없는 합종연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울러 선진국을중심으로 통신서비스 수요초과 양상이 공급초과로 바뀌어 갔다.

그렇지만 다가오는 정보화시대의 통신서비스업계는 이제까지와는 비교할수없을 정도의 커단란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이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통신서비스시장에서 전통적인 공익개념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멀티미디어시대로 돌입하게 될 것이다.

멀티미디어시대를 앞당기는 요인은 몇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지금까지의전화와는 달리 케이블TV나 휴대전화.인터네트등 대체 네트워크가 활성화될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비음성 전화서비스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한편 통신의 발달은 "지구촌화"를 가속시켰고 이에 따라 아시아.동유럽.중남미가 새로운 투자지역으로 부상했다. 이를 위해 제휴는 필수불가결한 절차가됐다. 관련 업계와 업계간 뿐만 아니라 통신업계 내부에서도 업체들간의이합집산이 다반사가 되었다.

이는 통신시장이 그만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로 떠올랐다는 의미도 된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전세계 거대기업을 선정했을 때 통신업체들의수가 점차 늘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상위 25개 통신업체들의 세전수익은 94년 한해동안 4백7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2%가 증가한 수익성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추세는 가입자수의 계속적인 증가와 기존 이용자들의 통신수요 확대에따라 향후 3~5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통신산업이 고용확대산업이라는 점, 서비스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고 있다는 점 등도 이시장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통신서비스는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

희망자들은 전화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94년말현재 전세계적으로 서비스가입을 대기하는 사람들의 수는 4천5백만명. 이는90년대 들어서 훨씬 줄어든 수치이기는 해도 아직 수요량과 공급량이 역전될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양상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많은 국가에서통신 기반설비의 독점은 유지되고 있어도 서비스 독점은 서서히 와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적인 진보로 새로운 업체들의 시장진입이 잇따르고있다는 것도 변화의 초점. 한때 기존 사업자들이 시장 장벽을 높여 새로운업체의 참여를 막고 서비스의 요금을 높여 이익을 취하려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일반적으로 요금을 낮추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통신업체를 비롯한 케이블TV업체.전력업체.운송업체들의 참여도 많은 기여를 했다. 이들은 새로운 통신망을 구축하거나 기존의 자체망을 이용,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같은 요금인하 경쟁은 아시아.아프리카지역 이동전화 부문에서 일기 시작해 유럽과 미주지역 등으로 옮겨 가고 있다. 멀티미디어서비스의 개막과 함께 업계에는 또다른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경쟁은새로운 서비스를 가져온다. 지난 몇년동안 경쟁은 일반전화 서비스시장으로까지 확산되지는 않았으나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적 환경의 기반을 마련하는데는 커다란 도움이 됐다.

통신 패러다임은 변화를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업체들의 전략도 수정을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생 업체들은 장거리전화 및 국제전화,기업간 연결서비스 등 보다 전통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이익을 확보하려하는역설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영국의 머큐리 커뮤니케이션즈가 대표적인 예. 지난 84년 당시 일반전화시장에서 3%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던머큐리는 장거리.국제전화 시장에서의 기득권을 바탕으로 일반전화시장의 지분을 넓혀 현재 일반전화 시장의 13%, 장거리전화시장에서는 24%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전화시장에서의 수익이 향후 멀티미디어시장의 수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시장은 여전히 중요하다. 일반 전화서비스를 통해기업은 고객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안정된 고객기반을 유지할 수 있고회사의 자원이 되는 소비자의 통신요구에 대한 정보, 통신의 기호 등을 알수있는 것이다.

일반 전화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케이블TV시장에서도 본격적인 경쟁이 조만간 벌어질 것이다.

케이블TV는 일반 전화와는 달리 일방적인 서비스만을 제공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케이블TV업체들은 고용량 광대역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동축케이블을 통해 전화회선에 비해 월등히 많은 정보를 빠른 속도로 제공할 수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화업체와 케이블TV업체간의 경쟁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영국을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케이블TV업체의 전화서비스 제공을 허용하고 있다.

전화서비스는 그 수익성에서 케이블TV서비스를 앞지른다. 따라서 영국은미국의 텔리커뮤니케이션즈사(TCI).비디오트론사 등 케이블TV업체는 물론 US웨스트.나이넥스 등 전화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들은 또 영국에서의케이블TV.전화 시험서비스를 통해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에 있다. 전화업체들과 케이블TV업체들은 영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각지에서 네트워크구축에 앞다퉈 나설 것이다.

인터네트가 보편화되면서 케이블TV업체들과 컴퓨터업체와의 결합도 시도되고있다. TCI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터네트 서비스업체인 퍼포먼스 시스템즈 인터내셔널(PSI)은 케이블 TV업체인 콘티넨털 케이블비전과 제휴, 케이블모뎀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또한 스프린트는 케이블TV 3개사와케이블TV관련 공동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독일 도이치 텔레컴(DT)과 네덜란드의 PTT텔레콤처럼 전화사업자들끼리 만나는 사례도있다.

그러나 첨단 정보통신 네트워크 즉, 케이블TV.전화 복합네트워크의 구축은통신개발도상국에서 훨씬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케이블TV서비스와 전화서비스간의 중복투자를 피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네트워크 확대 비용의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일례로 중국에서는 복합 네트워크를통해 정보통신 기반설비와 관련한 비용을 3백억달러나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복합네트워크는 기존 전화네트워크에 비해 활용도가 다섯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이 개도국의 경우 통합네트워크는 매우 유리한 것으로 떠오르고 있다.

케이블TV시장과 달리 수많은 채널을 갖는 위성TV시대도 다가오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경우 위성안테나의 사유가 금지돼 있는 것과 달리 인도는 위성TV가입자수가 전화 가입자수보다 많다. 아프리카에서도 구프랑스령 국가를 중심으로 다채널 위성TV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동유럽에서도 위성TV시장의 성장은 눈부시다. 이들은 주로 룩셈부르크에서 전송되는 프로그램을 서비스받고 있다. 이 지역 위성TV 가입자수는 93년 현재 5백만명을넘어서고 있다. 이 한해에만 가입자수가 전년에 비해 90%가 늘어난 것이다.

중남미에서도 위성TV의 인기는 높다.

이같은 위성TV시장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개도국의 고객의 요구는 무시되고있다. 정부의 엄격한 통제가 장해물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화업체들의 이익의 원천이 되고 있는 분야는 위와 같은 일반 가입자들보다는 기업대상 서비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 DT의 경우 전체 가입자수에서 5%밖에 되지 않는 기업고객이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선진국에서는 기업을 대상으로하는 통신서비스의 비중이 매우 크다.

기업 대상 통신서비스는 주로 데이터 전송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MCI커뮤니케이션즈는 오는 98년이 되면 기업 및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데이터 통신이용이 일반 고객들의 음성서비스 이용을 훨씬 능가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장은 새롭게 진입하는 업체들의 주요 공략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각국 정부들이 통신시장 개방에 대한 선행 조건으로 처음부터 기업대상의회선임대나 패킷 스위치 데이터 통신, 위성통신용 VSAT 등의 서비스를 원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다운사이징 경향에 따라 근거리 통신망(LAN), 도심연결망(MAN), 원거리 통신망(WAN)등의 구축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전화업체들의 컴퓨터업체들과의 제휴 및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이처럼 전화업체들은 고객의 요구에 부응키 위해 보다 향상된 정보통신 기반설비를 구축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기업고객들은 이제 광케이블로연결되고 있다. 전송속도를 높이고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광대역 네트워크도늘려가고 있다. 이를 위해 고용량 교환 데이터서비스(SMDS).비동기 전송모드(ATM)등의 신기술 채용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허의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