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두 분 신혼부부십니까? 낮에 보니까 셔틀 하나가 신혼부부들만 잔뜩싣고 오던데......"하고는 갑자기 소리를 낮춰 말한다.
"바로 저기 밑에서 말입니다. 참, 저는 여행안내서 작가입니다. "채드위크의 알짜 여행안내서"와 "로비지"가 바로 제가 쓴 겁니다. "로비지"는 서계의특이한 호텔로비를 총망라하는 뉴스레터죠. 제가 여기 제7우주정거장에 온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특별판이라도 보신 적 있죠? 여기 이런 건데......"하며 사파리 양복 주머니에서 축소판을 꺼내 클라우디아에게 몇 권 건넨다.
그중 하나는 제목이 "이르쿠츠크 힐튼 로비에서의 툰드라 사용법"이고 다른하나는 "토고 소피텔의 무료 주물"이라고 쓰여 있다.
"이거 다 제가 구식으로 찍어낸 거랍니다."
채드위크가 설명한다.
"데스크톱으로 하는 출판이지요. 저는 사라지는 구시대의 마지막 유물이랍니다. 요즘에는 그저 뭐든 가상이잖습니까? 이것도 가상, 저것도 가상.......
보이는 것마다 진짜처럼 만들려는 강박관념에 사는 것 같다니까요."
그가 점점 흥분하는 것이 보인다.
클라우디아는 고비와 재미있다는 듯한 눈길을 주고받는다.
"고맙습니다."
클라우디아는 책자를 받아들며 말한다.
"꽤 재미있어 보이네요. 지금은 그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곧 많이 배우겠는걸요?"
그리고는 곧장 빠른 일본말로 안내하는 아가씨에게 뭐라고 하자 그 아가씨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절을 하고는 메뉴판을 꺼내 그들을 테이블로안내한다.
"예약이 없어도 오래 기다리시게 안할 겁니다."
클라우디아가 미소지으며 말을 계속한다.
"제가 말을 해놓았으니까요."
"아니, 그래요!"
그 호리호리한 영국인은 발뒤꿈치로 물러서며 말한다.
"정말 고맙습니다."
고비와 클라우디아는 곧 20세기 초 일본 여관식의 외딴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않는다.
실내의 가구는 전부 본토에서 조각조각 나뉘어 운송되었다고 이 식당에 관한 뒷이야기가 영어와 일본어로 메뉴판 뒤에 쓰여 있다.
"뉴도쿄에서 수백마일이나 떨어진 우주 속에 존재하는 이 모든 걸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