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특허 체계화 필요하다

새해 벽두부터 반도체 관련 특허분쟁과 반덤핑 시비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사의 특허협상이 결렬돼 지난 1일자로 상호 특허권 침해소송을 제기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미국의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가 미국제무역법원(CIT)이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 내린최종 덤핑마진 판정에 불복、 미연방고등법원(CAFC)에 항소를 제기하는 등 2건의 반도체 관련 분쟁이 발생해 국내 반도체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의 항소제기는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고 관련내용이그동안 충분히 노출됐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TI와 삼성의 특허분쟁은 삼성전자와 국내업체는 물론 일본업체와후발 대만을 비롯한 대부분의 메모리업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메모리 관련 원천특허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TI가 80년대 중반부터 특허를무기화해 후발 메모리업체들에게 특허공세를 적극 펴왔기 때문이다. TI는 지난 86년 일본의 8개사와 삼성전자가 64KD램과 2백56KD램과 관련한 특허 10건을 침해했다고 제소해 세계 반도체업계를 놀라게 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고액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

이어 TI의 요구에 따라 지난 90년 12월 TI와 다시 포괄적 특허계약을 체결、 5년간 더욱 강화된 수준의 로열티를 지불해왔다. 이때에도 TI는 삼성과의계약에 앞서 일본의 도시바사와 향후 10년간 연간 1억달러 상당의 로열티를받기로 하는 내용의 포괄적 특허계약을 갱신하는 등 후발업체와의 손쉬운 협상을 위해 선발업체의 예봉을 꺾는 방법을 썼다.

때문에 현재 메모리공급 1위 업체인 삼성과 TI의 이번 특허분쟁에 세계적인메모리업체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삼성측은 이번에 과거 두차례의 특허교섭 때와는 사뭇 다른 자세와 자신감을보이고 있다. TI도 삼성의 크게 달라진 위상을 고려한 듯 2차로 5년간의로열티 계약을 맺었던 지난 90년까지만 해도 삼성의 특허수준을 거의 인정하지않았으나, 지난해 말로 끝난 계약의 연장협상 과정에서는 TI가 삼성의 향상된 특허수준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 기존 조건보다 훨씬 낮춰서 요구했다고한다.

그럼에도 삼성은 자사의 특허수준이 TI보다 상대적으로 우세해 TI의 조건을수락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소장에서 TI가 13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반면 TI는 9건의 특허침해를제기하는 데 그치고 있다.

물론 삼성으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TI측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재판을통해 최대한 상각을 유도하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국내업체가 TI를 상대로당당하게 맞소송을 벌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관심거리가 된다.

이번 삼성의 TI와의 특허분쟁은 결과와 관계없이 국내업체들에게 자신감을심어주는 동시에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에서 주고받는 당당한 협상관계로 전환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국내 반도체 주력업체들이 D램에 편중돼 있고 점유율이 일정수준을넘어섬에 따라 유사한 분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소지가 많고 아직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우도 이같은 일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이같은 일들에 대비해 개발 초기부터 특허관리를 체계화함은 물론 제품을 다양화 해 특정분야의 매출편중을 줄여나가야할것이다. 기술도입시에도 사업 초기에는 부담이 다소 크더라도 장기적으로사업규모가 커질 때를 대비해, 주력육성분야의 경우 정률방식보다는 정액방식으로 체결하고 일방적인 기술도입보다는 크로스라이선스 등 각종 교환을통해 세계적인 업체들과 상호협력관계를 구축해 이같은 분쟁을 예방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