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뉴도쿄를 향하여 (19)

"가상도시에 손을 쓰는 데는 기껏해야 48시간 정도 밖에는 여유가 없어요.

안 그러면 지금 온라인 상태인 사람들과는 영원히 단절되게 될 거예요. 현재는 백업 시스템이 신경을 연결하고 있지만 그건 임시일뿐이에요. 마냥 작동하는 건 아니거든요."

"겨우 48시간 뿐이라구요?"

고비가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미안해요, 프랭크. 알고 있어요. 아들이 게임타임에 갇혀 있죠?""그래,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뭐라는 거요?"

딱딱한 목소리로 고비가 답한다.

"48시간이라는 게 그리 긴 시간이 아니잖아요, 그죠?"클라우디아는 고비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속삭인다.

"그래도 가능한 게 있어요. 프랭크만이 할 수 있는 그런거요."고비는 무슨뜻인지 알 것도 같았지만 자기로서도 그 문제에는 자신이 없다.

"맛있게 드십시오."

영국식 억양이 다시 들린다.

"두 사랑하는 연인들이야 뭐든 꿀 같으시죠? 말씀 도중에 미안합니다."고비와 클라우디아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사이먼 채드위크가 그 안내 아가씨의 뒤에 서 있다. 아가씨를 따라 뒤쪽의 테이블로 가는 길인 것 같다.

"손써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하며 클라우디아에게 미소짓는다.

"창가의 분위기 좋은 테이블을 준답니다. 여기서 보는 신일본은 정말 평생못잊을 전망이라고들 하더군요. 자,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엘리베이터가 우주정거장의 14층에 서자 클라우디아와 고비는 거대한 투명돔(dome)의 눈이부시도록 밝은 조명 속으로 나온다. 별과 별 사이를 잇는 그물 같은 초록색네트가 실내 골프 연습장의 밝은 데크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열댓명의 일본인 신혼부부들이 초록색 고바야시 운동복을 입고 스윙 연습을하고 있다. 골프공이 씽하는 소리를 내며 기후통제환경 속으로 퍼져 나간다.

고비와 클라우디아는 스포츠바에서 미네랄 워터를 한 잔씩 마시며 저 멀리돔 바깥에서 우주복을 입고 골프하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미니 산소 탱크가벨트에 붙어 있고 하얀 얼굴만 헬멧 속의 조명에 비춰지고 있다. 뚜껑 있는골프 가방을 매고 뒤따르는 우주 캐디들이 보인다. 수력 골프채에 초고속 골프 공이 닿을 때 나는 핑.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