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소청 신설과 유통시장 개방

정부는 새해 벽두에 기존의 공업진흥청을 확대.개편해 "중소기업청"을 신설하고 "중소기업 살리기"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실용적인 면보다는 다가올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지만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중소기업으로서는"가뭄의 단비"와 같은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지난 한햇동안 부도를 내고문을 닫은 중소기업체는 무려 1만4천여개에 달한다. 어려운 기업운영을 비관해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소기업 사장들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한가운데 중소기업을 위해 일을 해줄 정부기관이 새로 생긴다는 사실에 대부분의중소기업들은 흐뭇해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중소기업청 신설에 대해 모든 중소기업들이 환영하는 것은아니다. 반기기는커녕 오히려 소외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그들은 바로 중소 전자유통업체들이다. 아직까지 중소기업청에 대한 구체적인 역할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그동안의 정부정책에 비춰 볼 때 이번 중소기업청 신설도 어디까지나 제조업체 위주의 지원과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자유통업체들은 생각하고 있다.

올해 유통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외국 유통업체들의 국내진출이 본격화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 유통업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뒷전이라는 생각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중소 제조업체의 경쟁력약화 요인을 기술기반 취약에서만 찾고 있다. 유통과 별로 상관없는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일반적인시각이다.

중소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의 허약한 체질이 판로개척의 어려움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제조업체들이 판로만 제대로 확보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를위해서는 중소 제조업체 못지않게 유통업체들의 체질강화도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올해 유통시장의 전면개방과 맞물려 해외 대형유통업체들의 유통시장공략이 본격화하면 그동안 중소 제조업체들의 판로확보에 일익을 담당해온중소 유통업체들의 연쇄도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청설립을 통해 중소 제조업체들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자칫 용두사미로 끝날 공산도 적지 않다.

아무튼 이번 중소기업청 설립은 유통시장개방 원년을 맞아 제조와 유통관련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보다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계획 아래서추진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