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린터-LBP엔진업계의 공조

올들어 레이저빔 프린터(LBP) 엔진이 수입선다변화품목에서 해제됐다. 이제부터는 일본산 엔진을 수입해 LBP를 국내에서 생산해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않게 된 것이다.

이같은 환경변화는 국내 프린터시장의 수요저변을 확대하고 나아가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그러나 어두운 면도 있다. 프린터업체들이 엔진 구매선을 해외로 다원화할경우 국내 LBP엔진 제조업체들의 안정적인 물량확보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92년 10월 LBP엔진이 국산화했을 때 국내 수요업체들은 이를 크게 환영했다. 국산제품이 없는 관계로 경쟁국보다 비싼 가격에 엔진을 수입해 써야하는 등 일본 엔진 제조사들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프린터산업 육성차원에서 수입선다변화품목에 LBP엔진을 포함시켰을 때에도 별로 반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요업체들이 LBP엔진의 수입선다변화 해제를 반기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엔진업체들이 엔진만 제조해 공급해왔다면 수요자인 프린터업체들의 엔진공급사에 대한 정서가 지금처럼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수입선다변화 해제요구도 높지 않았을 것이다.

엔진 제조업체들은 이를 무시하고 엔진도 공급하면서 프린터도 함께 제조판매해 중소 프린터업체들의 판로를 위협했다. 프린터 제조원가의 40%에 육박하는 핵심부품인 엔진공급을 독점하면서도 프린터시장에까지 참여해 가격인하 등의 영업전략으로 점유율을 계속 높여갔기 때문이다. 엔진구매선의 다변화가 불가능한 프린터업체들로서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엔진의 국산화를 환영했던 프린터업체들이 역으로 엔진을 수입선다변화품목에서해제해줄 것을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는 국내 프린터산업의 경쟁력을강화하는 방향으로 엔진 제조업체나 프린터업체들이 힘을 모아가야 할 것이다.

우선 프린터업체들은 국내 엔진업체들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을 풀어버리고외국의 엔진 제조업체들과 똑같이 여러 구매선 중의 하나라는 생각을 가져야한다.

최근 중견 프린터업체들이 수입선다변화 해제이후 엔진의 구매선 다원화를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중 일부는 국산엔진보다는 외국산을 선호해 구매물량을 전량 해외로 전환하는 문제까지 검토하고 있다는소식도 들리고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그나마 국산엔진이 나오고 있어 일본 엔진업체들이 횡포를부릴 수 없는 것이다. 국내 프린터업체들이 국산엔진을 외면한다면 해외프린터업체들이 국산엔진을 계속 사줄 리 없다. 이로 인해 국산엔진의 판로가막혀 생산이 중단될 경우 국내 프린터업체들은 일본업체들의 요구에 무조건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엔진 제조사들도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공정경쟁의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수입선다변화의 혜택을 더 받을 수도 있었는데 프린터업체들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고생각해서는 안된다. 국내 LBP시장은 수입선다변화 해제에 따른 가격경쟁으로수요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엔진 제조업체들이 경쟁력만갖춘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엔진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수혜를 받아 상당한 기술력과가격경쟁력을 축적해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수입선다변화 해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세계적인 메이커들과 당당히 경쟁해 세계로 웅비하는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