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산 중전기기의 일본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획기적인 인센티브제를마련했다.
통산부가 이번에 내놓은 수출인센티브제는 수출증대업체를 단체수의계약물량배정시 우대하고 플랜트 수주가능 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주연합정보협의회를 구성해 민간단체 차원의 대일수출 촉진단을 적극 지원、 일본 전기단체와의 교류 활성화를 유도해나간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시책은 중전기기 수출이 연간 12억달러로 적지 않은 규모인데다 전체의15% 정도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인 일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끈다.
특히 지난해부터 나타난 엔고로 인해 국산 중전기기 제품에 대한 일본업체들의 관심이 한층 고조돼 수출이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한 시점에서 발표됐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시책은 몇 가지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먼저 정부가수출촉진책의 전형을 보여주었느냐 하는 점이다. 모름지기 산업 정책은 특정기업집단보다는 국가나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우선적으로 초점이 맞춰져야한다. 더욱이 그것이 수출촉진책이라면 장단기적으로 산업을 육성、 수출을촉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이번 시책에는 몇 가지 인센티브조치가 포함돼 있지만 정부가 인적.물적.제도적 재원을 동원、 수출산업을 선도하려고 애쓴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중전기기 업체들이 건의한 수주연합정보협의회 구성이나 대외협력기금의활성화 등을 정부가 타당성을 인정해 받아들인 이상 여기에 구체적인 실행지침을 담아 발표했어야 했다.
또 일본 전기단체와도 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했으나 어떤 과정과 절차를거쳐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어떤 내용도 밝힌 바 없다.
국내 중전기기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선언적인 "공약"이 아니라 실천력이 담보된 구체적인 시책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의 수출활성화에 대한 시각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획기적인 인센티브조치로 "수출업체의 단체수의계약 물량배정 우대"를 내세운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물론 수출을 적게 하는 기업보다 많이 하는 기업을 우대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수출을 잘하는 기업에 하필이면 단체수의계약 물량을 다량으로배정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단체수의계약 물량은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내수물량이다. 수출장려책은 내수물량 우대를 담보로 하기보다는 수출제품의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잡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따라서 기왕 수출기업에 메리트를 주려면 수출품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찾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출업체가 주로 대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자칫수출을 전제로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 중소업체들을위축시킬 소지가 있다. 또 중전기기 업체들에게는 내수에서 단체수의계약으로 이익을 남기고 출혈수출을 하더라도 물량만 확대하면 된다는 잘못된 관행을 심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30년동안 수출에서 본 손해를 내수에서 만회하는 파행적인 수출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 "출혈수출의 내수보전"이란 악순환을 거듭해온것이다. 이같은 구조는 내수제품의 가격을 높여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뿐아니라 대외경쟁력을 약회시켜 장기적인 산업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타성에 젖어 이같은 시책을 내놓았다면극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전기업계는 모처럼 마련된 수출촉진책이 경쟁력 강화와 산업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는 이번 시책을 전면 재검토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는 수출 전범을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