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뉴도쿄를 향하여 (27)

이 아슬아슬한 곡예를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볼 뿐인 클라우디아는 지금당장이라도 해태상이 그를 산산조각낼 것만 같다. 그러나 해태상의 레이저는죽은 듯 얌전하고 고비는 이미 성의 내부로 들어가고바야시 아파트의 창가에붙어 있다.

홀로그램이 소리내는 방향을 따라 고비는 왼쪽으로 간다. 창문턱 너머로들여다보니 깜박거리는 컴퓨터만이 벽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 아무 것도없다. 다른 방은 응접실로 고바야시 기술자 몇 명이 녹차를 마시고 있다.

그 너머로 쇼케이스 안에 비치는 불빛이 어슴푸레한 복도가 길게 뻗어 있다.

쇼케이스 안에는 갑옷을 입은 채 장검과 흰 털장식이 달린 투구로 완전무장한 사무라이가 서 있고 당나라 때의 도자기, 2천년 된 상(상) 등과 마티스.

데쿠닝.피카소의 미술품도 있다.

아니, 그런데……. 그의 얼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쇼케이스에 무언가이상한 점이 있다. 고비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세개의 선반에 나란히 놓여있는 상아로 조각된 작은 인형들이다.

사실 그것들은 상아가 아니다. 인형처럼 보일 뿐인 기록 보관 용기다. 게의집게가 달린 오니 귀신 얼굴에 공포심이 어려 있다. 수도승 하나가 연(연)줄기 위에서 오니 귀신과 씨름하고 있다. 멧돼지가 덫에 걸려 있고 그물에걸려 몸부림치는 물고기 등…….

갑자기 이해가 된다.

"세상에, 저건 인간신경을 전시한 거잖아?!"

그의 영혼이 이제 말을 시작한다. 조용하고 냉정한 태도로 말하는 것을 들으며 영혼에게 있어 무엇보다 객관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그것은무감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별세계와 정신세계의 거리를 의미하는 것일뿐이다.

"올라오는 동안 받은 홀로그램 기하학은 원자내 유틸리티 프로그램이다.

그것으로 이 악마를 알아내라. 그렇다, 악마에게 특수기하학이 있다……."이제 영혼은 저주받은 박물관을 안내하는 가이드처럼 그에게 말한다.

"이 쪽을 보라. 이 드라마의 본질을 느끼라. 바로 윤회적 광기다. 이는 인간의 정신이 아닌 영혼이다. 그 차이를 알겠는가? 이들은 시간 속에서 얼어붙어 있는 것이다. 여기 각 인형 안에는 한 사람이 20년간 품어 왔을 생각이압축된 채 갖혀 있다……."

그만! 고비의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이런 끔찍한 짓을 자행한 자가 누구인가? 이 인형을 수집한 자가 누구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