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뉴도쿄를 향하여 (30)

곤도가 칼처럼 두 손을 모아 클라우디아에게 내려치자그녀는 두 팔로 막으며 동시에 한 발을 내뻗는다. 뒤로 물러서는 듯하던 그는 다시 일어나 클라우디아를 그물로 내동댕이친다.

곤도는 이제 소매에서 미니톱을 꺼내 그녀를 겨냥한다. 미니톱이 그물을찢어놓는다. 클라우디아는 잠시 초록색 망 속에 몸을 수그리고 있더니 시커먼바깥 세계로 사라진다.

이제 재생 산소도 마지막 남은 양 밖에 없다. 동면호흡을 하라. 멀리서 스승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의 육체는 기의 흐름에 완전히 투명해져야 한다.

곤도의 무감각한 얼굴이 고비의 헬멧 속을 들여다본다. 그 구조원은 이제고비를 골프 코스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눈 가장자리로 급회전하는 물체가 가까워지는 것이 보인다. 여기에서라면 그미니블랙홀을 조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곤도는 팔로 그의 머리를 죈 채 블랙홀로 끌고간다. 몇 센티만 더 가면…….

갑자기 모든 것이 끝난다.

곤도는 그를 놓아준다. 마치 싸구려 나이트클럽의 종업원처럼 절까지 하는것 같다.

처음에는 그 블랙홀이 곤도의 헬멧 일부만을 빨아들이더니 곧 유리가 파열되는 소리가 난다.

클라우디아의 폼은 완벽했다. 골프채에 맞은 공이 우주를 날아 정확히 곤도를 맞춘 것이다.

파열하는 소리와 함께 한 바퀴를 뱅그르 돈 다음 퍽하고 무릎을 꿇더니 블랙홀에 몸이 처박힌다.

클라우디아는 고비에게 다가와 한 손으로는 허리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어깨를 잡으며 앞으로 민다.

그러다 잠시 멈춰서 산소 튜브를 헬멧 속에 넣어주자 고비는 숨이 막힐 정도로 정신없이 들이마신다.

마침내 그들은 우주 라커룸에 도착한다. 그를 벤치 위에 눕히는 클라우디아가 희미하게 보인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연습이 끝난 후 헬멧을 벗는 검도 선생처럼,긴머리를 흘러내리게 한 그녀는 그 윤기나는 머리를 살짝 매만진다.

안도감과 동시에 근심이 어린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쉬세요"하고 말한다.

그는 레몬향기 나는 공기를 잠시 깊숙히 들이마신다.

"난 이제 괜찮소."

벤치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고맙소, 클라우디아."

이마에 부드러운 입술을 대며 그녀가 속삭인다.

"사랑해요, 프랭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