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컬러 LCD 자급자족 "깃발"

한국과 일본의 디스플레이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대만이 시장참여를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만업계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컬러 LCD. 이미 한.일 업계가 개발및 투자등 모든면에서 크게 앞서가고 있는 컬러LCD 분야에 대만이 뒤늦게 뛰어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이제품이 컴퓨터의 핵심부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세계 컴퓨터및 관련부품 시장에서의영향력을 확대해가기 위해선 컬러LCD의 자체 생산이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대만정부의 지원을 받는 산업기술연구소가 5개 민간 업체와 협력해 소형 LCD 개발을 추진해 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연구소는 그러나 샘플 제작이외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이는 그만큼 LCD사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대만이 LCD의일본 의존을 빠른 시일내에 탈피할 수 없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만은 지금까지 컴퓨터의 주요부품이라 할 수 있는 LCD를 거의 전량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해 왔다.

지난해만 해도 대만산 노트북 컴퓨터에 장착된 LCD 패널의 90%가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었으며 나머지 10%만이 자국내 생산품이었다. 그나마 국내생산품은 해상도가 크게 떨어지는 흑백제품으로 컬러LCD의 대만 자체 생산은 전무했다.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만의 컴퓨터산업은 일본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만산업 관계자들 사이에 점차 팽배해지고 있다.

컴퓨터 사용자들의 요구가 점차 컬러LCD를 모니터로 사용한 제품 구매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대만업체들은 자국내 컬러LCD 생산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결과 지난해부터 유니팩 옵토 일렉트로닉스라는 업체가 소형 컬러LCD를생산하기 시작했고 올해 프라임 뷰 인터내셔널이란 업체도 생산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이 생산하고 있거나 생산계획중인 제품은 컴퓨터용이 아닌 휴대형 소형TV용 LCD 패널로 대만 업계의 바람대로 이들이 노트북 등 컴퓨터용 제품을 생산하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제2의 반도체 제조사인 유나이티드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의 계열사인유니팩은 최대 5.6인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프라임 뷰도 6인치 제품을월5천개씩 생산할 계획이지만 컴퓨터용으로 쓰이려면 최소한 10인치는 돼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이 컴퓨터용 컬러LCD를 생산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벽이곳곳에 널려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선진업계와의 경쟁이다.

일본이 지난해 10인치 컬러LCD의 생산량을 두배로 늘린데다 한국 업체들이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만업체가 가격경쟁력을 갖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컬러LCD 시장은 지난해 10.4인치 제품가격이 8백달러에서 5백달러로 내리는 등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후발업체들의 참여가 만만치 않은상황이다.

그렇지만 컬러LCD의 수요가 늘고있어 더 이상 이의 생산을 주저할 수없는형편이라는 게 대만업체들의 생각이다.

일례로 지난해 대만에서 출하된 노트북 컴퓨터의 40%가 컬러LCD를 장착, 전년대비 그 비율이 두배로 늘어났다.

대만의 컬러LCD 생산업체들은 이에 따라 10인치 제품을 건너뛰어 바로12.1인치 제품을 생산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팩은 현재 주력인 4인치 제품의 생산비중을 올해 중반까지 20%로 낮추고 점차 대형 LCD의 생산비중을 높여가려고 했으며 프라임 뷰도 6인치제품의 비율이 50%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97년께부터 12.1인치 제품의 생산에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이 대형 LCD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해도 이 두 업체만으로는대만 컴퓨터산업의 대일종속 우려를 완전히 씻어낼 수 없다는 데 대만업계의또 다른 고민이 있다.

새로운 업체가 이 대열에 추가로 참가하지 않는 한, 오는 2000년까지 대만의세계시장 점유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다 필터,유리 등 LCD 주요부품의 대일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