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기 전문회사인 (주)한창이 유.무선전화기 시장에서 "실지 회복"을선언하고 나섰다. 지난해 가전 3사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면서 잠식당한 시장을되찾겠다는 의지가 새해들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전화기 시장은 한창.맥슨전자.나우정밀 등 전문3사가 터를 닦아온 게 사실이다. 또 소비자들도 아직까지 "탑폰"이나 "바텔", "맥슨"같은전문3사의 브랜드명에 익숙하다.
그러나 지난해 이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다. 전화기가 가전제품화하면서삼성전자를 비롯한 가전3사의 "입김"이 거세지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규모면에서는 정체현상을 보였으나 점유율 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이 과정에서 한창을 비롯한 전문3사의 시장장악력은 급격히 저하되고 삼성전자가 수위자리를 차지했으며 LG전자나 대우, 현대 등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특히 태광산업의 돌출은 눈부실 정도였다.
한창의 김중기사장은 이와관련 "지난해 유.무선전화기 시장에서 전문3사가약세를 보인 이유로 유통경쟁력에서 전문3사가 가전3사에 뒤지고 제품 기획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그의 말처럼 전문3사는 가전3사에 비해 자사 직영의 영업점을 거의 갖지못해 가전3사의 영업점에서 자사제품을 끼워팔거나 가전 및 통신기기 대리점을통해 제품을 판매해야하는 악조건속에서 영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김사장은 "유통구조만으로는 지난해의 시장변화를 충분히 설명할수없다"고 말한다. 94년까지 전문3사가 시장을 주도해왔을 때에도 이처럼 유통구조가 열악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3사와 별 차이 없는 유통력으로도 지난해 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태광산업의 신장세를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김사장은 그래서 지난해 시장변화의 주 요인으로 제품기획력을 꼽는다."전문3사가 신제품 출시 시기 및 전략품목의 선택에서 오류를 범했다. 성능면에서 우수한 제품을 선보이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발빠른변신을 보여야 할 전문3사가 오히려 이 점에서 가전3사에게 뒤졌다."일례로 지난해 초반기에는 현대전자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테이프를 쓰는 대신메모리칩을 사용하는 DSP전화기를 출시, 이를 최대 히트 상품으로 부각시키고 난 뒤에야 한창 등 전문3사가 뒤늦게 이를 쫓아가는 양상을 보였던것이다.
전문3사의 이같은 오류는 연말에도 재현됐다. LG전자가 9백MHz 제품을내놓으며 이 시장을 주도할 동안 전문3사는 고작 기획실에서 연구하는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3사는 태광산업처럼 깜찍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내놓지도 못했다. 태광산업의 이어폰전화기가 백화점 등 유통시장을 강타하는 동안 이들 3사는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같은 시장구도를 돌파하고 과거의 영위를 찾아오기 위해 김사장은 이미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놓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김사장은 이를위해 "올해안에 17개 직영점과 2천5백여개 대리점을 통해 전국에 그물망같은 유통네트워크를 구축, 유통경쟁력 차원에서도 정면돌파를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중인 BDR(비즈니스 프로세서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히트상품 조기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품을 어떻게 하면 타회사보다먼저 내놓을 수 있을까", 권토중래를 다짐하고 있는 김사장이 그의 직원들과더불어 1년내내 해야될 고민이다.
<이균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