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U 리포트] 세계 정보통신산업 동향 (9.끝)

정보통신산업의 과제

현재 세계 각국은 정보고속도로의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기반시설이 가까운 시일내에 완성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끊임없이 이뤄지는 기술변화 속에서 연구.개발, 사업성 검토, 표준화, 시험서비스 등을비롯한 많은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할 뿐아니라 재정적인 뒷받침 등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 관련업계는 정보고속도로의 구축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인류는 정보고속도로를 통해본격적인 정보화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별도로 구축돼온 전화.방송.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와함께 음성.데이터.문자.화상 등의 대용량 정보를 고속으로 전송하기 위한 기술도 빠른 진척을 거듭하고 있고 각 지역에산재해 있는 통신허브들을 서로 연계시키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런과정들을 통해 전세계를연결하는 정보고속도로가 실현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부문은 전화업계라 할 수 있다. 각국전화업체들은 광케이블의 상용화와 더불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을뿐아니라 현재의 서비스를 개선하는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각국 전화업체들은 안정된 재정을 확보하고 있다. 각국 전화업체들의 연간 총 흑자는 대략 5백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전화업체들이 정보고속도로 구축을 위해 적어도 이 정도의 여유자금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케이블TV.미디어.소프트웨어.영화업계 등 다른 업계에서는 엄두도 못낼 규모이다.

따라서 전화업체들이 정보화 사회의 선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화업계는아울러 다른 업계에 비해 기술이 앞서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정보고속도로 관련기술에서 뿐만 아니라 마케팅 및 기업간인수.합병(M&A)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여 왔다.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필요한 부문과 제휴하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고속도로 구축과 관련, 전화업체들에게는 다음 몇가지 숙제가있다.

전화업체들이 주문형 비디오(VOD)서비스 등 주문형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클라이언트.서버 시스템 구축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전화업체들은 정보고속도로의 실현 이후에 대비, 프로그램 제공업체와의 제휴에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보화시대에서는 네트워크 못지않게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될 서비스 프로그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화업체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해요인도 적잖다. 가장큰 장애물은 인터네트. 인터네트는 음성.데이터 통신.전자우편 등 전통적으로 전화업체들이 제공해온 사업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전화업체들은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전화업체들이 인터네트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이 시장에서도 유리한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기인한다. 예컨대 전화업체들은 70, 80년대 인터네트 관련시장에 진출한 컴퓨터업체들보다 뒤늦게 시장에 참여하게됐지만 고성능 PC의 등장으로 오히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전화업체들은 PC를 통해 VOD의 서비스는 물론,네트워크 서비스를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앞으로 다가올 전세계적 규모의 정보통신기반설비(GII) 구축의 주요 구성원으로 스스로의 지위를 격상시킬 수 있게된 것이다.

국영 통신업체를 민영화하는 추세속에서 이들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곳은 정부다. 특히 멀티미디어시대에 진입하면서 정부의 통신정책입안자들은 몇가지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우선 정부는 통신업체들이 국가정보통신기반설비(NII)를 구축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부는 국민들이 통신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자국의 NII를 GII와 효율적으로 연계시킬 수 있도록 국제적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각국 정부는 통신업체들이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투자를 늘리기 위한정책을 펴야 한다.

GII 구축에 있어 재정적인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전세계적 규모의 단순한음성전화 네트워크 구축에만도 엄청난 비용이 투자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앞으로 구축될 새로운 네트워크에는 수 십억달러 단위가 아닌 수 백억달러가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기존 네트워크와 새로운 네트워크가 호환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구축되고 있는 네트워크는 디지털교환기와 접속, 멀티미디어 정보를 비교적 용이하게 전송해준다.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차원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을 전제로한다면 각국 정부는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업체간의 경쟁이 허용돼야만 다양하고 저렴하며 신속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고 그에 따른 기술의발전도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체제는 정보통신 기반설비의 구축을가속화시켜 투자의 효율성도 증대시켜 줄 것이다.

서비스가 보편화돼 네트워크의 접속이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정보혁명에 있어 가장 큰 위협은 정보 부자와 정보 빈자간의 간격이 더 벌어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정보의 접근이 직업과 교육.의료혜택 등 국민복지와 결부될 경우 더욱 그러하다. 때문에 정책입안자들은 보다보편적이고 저렴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입법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전망이 보이지 않을 경우 새로운 서비스를 향한 투자는 정보 빈자들을 희생시켜 정보 부자들을 살찌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역시 중요한 것은 경쟁이다. 경쟁만이 저가의 고속 네트워크를 포함한 폭넓은 서비스를 담보해 주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통신.미디어.컴퓨터부문은 규제에 의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규제는 정보화시대를 지연시킬 뿐이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의 국가간 연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표준 마련이가장 시급하다. 즉, 정보통신 기반설비의 구축을 위해 국가를 초월하는 연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네트워크 서비스의 통합, 장비 및 서비스부문에서의 결합은 국가간의 약속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 기술교류나 무역 자유화 등도 멀티미디어 관련 장비 및 서비스 모두를 포괄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각국의 표준.관세 및 멀티미디어 프로그램 내용은 정보고속도로의 실현을더욱 힘들게 하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 관세의 경우 어떻게 기존 규제원칙이멀티미디어부문에 적용되는가를 규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표준의 경우는 다르다. 각국은 GII의 구축과 관련, 통신장비 및 서비스를 겨냥한 국제표준 마련에 노력해왔다.

프로그램 내용도 매우 중요하다. 위성TV.인터네트 등을 통한 프로그램의교류는 각국 정부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각국은 소극적인 대응 자세만을 취해왔다. 국제적인 검열단체가 존재하지도않고 만약 이런 단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마다 이질적인 정서에 대한기준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어려움 때문이었다. 각국의 고유문화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훌륭한 고유문화를 육성하는 방법밖에는 없으며 이것은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문제이다.

오늘날 정보통신 기반설비는 각국의 부의 증진에 기여해온 바 크다. 통신과경제성장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 부가 전화회선보급률과 비례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보화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멀티미디어 네트워크의 이용은 교육 정도, 특히 나이와 밀접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젊은이들이 정보에 더욱 쉽고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다. 그리고개발도상국의 이용계층이 상대적으로 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취학 아동들이 새로운 네트워크로 몰려오고 있고 이들은 수동적인 서비스의 제공밖에는 받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학교도 대화형 학습을 주로 하는 시대가될것이고 TV를 통한 교육도 실시될 것이다. 사람들은 컴퓨터를 통해 세계 반대편과 소식을 주고 받게 되고 문자보다는 그림과 소리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GII가 이익의 창출 수단에서 벗어나 생활 구석구석에 스며들어디지털 베이비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로 통한다.

〈정리=허의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