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가전업계, 디지털 세몰이로 "탈 불황"

* 신기성 기자 *

일본의 가전.AV기기업계가 96년에 거는 기대는 크다.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등 디지털을 표방한 대형 유망상품들이 침체에 빠져 있는 가전시장에모처럼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는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가정용 영상기기와 방송통신기기가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는 "디지털AV 원년"이 될 것으로 지난해부터 예고돼 왔다.

따라서 디지털기술을 근간으로 해서 탄생하는 AV, 정보통신을 융합한 새 시장은 일본 가전업계의 향배를 가늠하는 길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일본업계의 의욕도 강하다.

이를 통해 자국내 생산공동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가격경쟁에 따른 저수익의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올 가전시장을 주도할 디지털 AV관련 제품은 DVD, 방송수신 디코더, 인텔리전트 TV등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대형 상품은 역시 2000년경시장규모가 3조5천억엔으로 전망되는 DVD다.

지난해 12월, 일.미.유럽 9개사가 영상플레이어와 PC용 롬장치의 통일규격을정식 결정함으로써 오는 9월경부터는 DVD관련 기기가 상품화, 일제히 시장투입될 전망이다. 산요전기, 샤프등 규격제창 이외 업체들도 참여의 뜻을 밝히고 시장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올 가을경 DVD가 "윈도95"만큼의 열기를 불러올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현재 도시바, 마쓰시타전기, 필립스, 소니등 규격관련 9개사연합은 규격이 통일된 DVD의 사업화를 겨냥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계약등 분야별로 분과회를 두고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를 서두르고 있다.

방송분야에서는 디지털 위성방송 관련장비가 초점이다. 일본디지털방송서비스(DMC)가 오는 9월에 다채널 디지털 위성방송을 개시할 예정인데 소니,파이어니어, 샤프 등 주요 업체들은 이에 맞춰 수신용 디코더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밖에 정보가전에서는 반다이사가 오는 3월에 투입하는 피핀등 인터네트대응 가정용 플레이어와 미쓰비시전기가 연내 판매를 목표로 준비중인 CPU내장인텔리전트 TV등이 주목되고 있다.

이같은 제품들을 바탕으로 96년은 디지털화 물결이 가정용 AV기기에 급속확산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편승, 가전산업 역시 활기를 띠어92년부터 계속된 감소세가 5년만에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전자기계공업회(EIAJ)에 따르면 96년도 AV등 가전기기의 국내생산액은 전년비 1.7% 증가한 2조5천4백40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년간 일본 가전산업은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업체들은 아시아 지역으로부터의 역수입 확대, 생산비용 절감,판매망 재편등 자구책을 강구, 추진하고 있다.

이의 결실로 도시바는 올 3월마감 회계연도에, 히타치제작소는 98년 3월마감회계연도에 각각 가전부문의 흑자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자구노력은 가격경쟁과 그에 따른 수익저하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마쓰시타의 모리시타 사장등 업계 경영진들은 DVD등신규사업 육성을 강조한다. 즉 장기간 침체에 브레이크를 걸고 생산의 해외이전에 따른 산업공동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역시 성장력이 있는 새 시장을창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론 디지털 AV에서 돌파구를찾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AV가 구세주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고화질.고음질의 DVD지만재생플레이어만으로는 그 파급력이 미약해 보급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신중론이 적지않다.

이젠 품목이 많고 사업영역이 넓다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어느 시기에 어떤분야에 대해 경영력을 집중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미래상을 정확히 진단하는 경영진의 예리한 통찰력이 디지털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가전업계의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