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본부인력 감원 파장

한국통신(KT)은 지난 2일 본부 직원의 15%를 일선 전화국등으로 보내는이례적인 본부 인력 감원을 전격 단행했다.

5일자로 내려진 한국통신의 이 날 본부 인력의 감원으로 한국통신 본사를포함해 지역사업본부 등에서 약6백50명의 3급(과장)이하 직원들이 전화국이나사업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가운데 지역연고지 근무를 희망하는 3백50명의 직원들은 집에서 가까운 전화국으로 발령이 났다.

한국통신측은 이번 본부감원이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일선 영업창구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 조치는 올해부터 국제전화에 이어시외전화사업까지 경쟁이 시작된 데다 앞으로의 전면경쟁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마케팅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한국통신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사이동 때와는 달리 한국통신 직원들은 2일 하루종일술렁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인사가 곧 다가올 대대적인 조직개편의 시작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전화국으로 발령이 난 한 직원은 "매는 먼저 맞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하면서 뒤이어 내려질 실제 감원의 태풍을 피해갈 수 있게 된 것을 오히려 다행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다른 한 직원도 "2월말에 있을 것이라는 조직의 축소개편 때가 문제"라며한숨을 쉬었다.

간부들이 줄곧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국통신 직원들은 한결같이 최근잇따라 보도되고 있는 대대적인 감원열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노동조합도 2일 일간지에 성명서를 내고 대자보를 붙이는 등 벌써부터 심상찮은 조짐마저 나돌고 있다.

이처럼 직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느껴지자 김로철 부사장은 2일 오후5시 사내방송인 KBN 특별방송을 통해 "최근의 터무니없는 언론보도로 인해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등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조직개편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해 직원들의 분통만 터뜨리는 결과가 됐다.

그렇다면 한국통신이 추진하고 있는 조직개편의 실체는 무엇인가. 한국통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영혁신방안에 대해 연구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서울대에 의뢰한 경영진단보고서를 통해 민영화의 조기 실시를 촉구하기도했다.

한국통신이 조직개편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최대의 목표는 경쟁력 강화다. 이를 위해 실질적인 민영화는 물론 조직의 슬림화, 분사화를 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공기업이 갖고 있는 조직의 무사안일성을 깨고 민간기업과같은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PC통신.전화번호부 등 자회사들의 단계적인 민영화*114안내의 유료화 및 114, 전화번호부 등을 묶은 번호정보회사의 설립 *선로유지보수회사의 독립 *지역사업본부 폐지 및 전화국 축소 *서비스별 사업본부의 통폐합 등이 거론돼 왔으며 이 가운데 몇 가지는 올해안에 단행될전망이다.

한국통신측은 114안내.수련관.청사관리 등 3개부문을 자회사로 독립시키는것이 올해 추진되고 있는 조직개편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감원 인원은 114안내 4천명, 청사관리 2천명, 수련관 관리 1백40명등 총 6천1백40명이라는 것이 한국통신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이밖에 1만2천명에 달하는 선로유지보수 부문을 떼어내는 것도 오랜 검토대상중의 하나였으나 올해에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선로유지보수부문도 독립시킨다는 것이 한국통신 고위층의 생각이며 전화국 축소, 지역사업본부 폐지도 2천년 경에는 이루어질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6천1백40명의 축소도 뜻대로 될 것 같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국통신 노동조합 문제로 한 바탕 홍역을 치른 정부가 4월 총선이후에 이 문제를추진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국통신의 한 고위관계자는 "조직개편은 올해도 물 건너 간 것 같다"면서"총선 때문에 빨라야 올 하반기에 가서야 이루어질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미 체질개선을 위한 진단과 처방까지 내려놓고서도 내.외부 여건때문에투약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최상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