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PC업계, "전자왕국" 영토 확장 대공세

오세관기자

일본 PC산업에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전자 왕국"이란 명성에도 불구하고 유독 저개발의 낙인이 찍혔던 일본 PC산업이 빠른 성장을 거듭하면서 세계 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국 시장마저 외국업체에 내주는 수모를 겪어오던 일본은자국시장 탈환에 나서는 한편, 해외로도 눈을 돌려 미국시장 공략에 적극나서고 있다.

더이상 PC 주변국으로 머물 수 없으며 중심국이 되겠다는 일본의 의지를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시장의 PC 출하량은 5백71만대. 전년대비 71%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후지쯔가 IBM, 컴팩, 애플 컴퓨터 등을 밀어내고 NEC에이어 2위를 차지하는 파장을 일으키면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시장 점유율면에서도 94년 9.3%에서 단숨에 18.3%로 뛰어올랐다.

후지쯔의 공격대상은 이제 더 이상 일본에 진출해 있는 미국 업체가 아니라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자국 업체 NEC다.

후지쯔가 PC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시장에서 리더가 되지않고는 전체 컴퓨터시장을 이끌 수 없다는 판단하에 PC시장 공략에 발벗고나선 때문이었다.

후지쯔는 이를 위해 두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하나는 2년전, 그동안 고집해 온 독자 PC포맷을 버리고 IBM 호환기종생산을 결정한 것이다.

"후지쯔의 반란"이라고 표현된 이 결정으로 이 회사는 제조원가의 절감을통해 가격경쟁을 유리하게 이끌면서 자국 시장에서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중요한 결정은 일본에선 드물게 다양한 번들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결정은 생산능력 및 유통망 확대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94년 31만대에지나지 않던 후지쯔의 PC출하량을 지난해 1백5만대로 끌어올리는데 크게기여했다.

후지쯔는 이를 계기로 일본 시장점유율을 더욱 늘려 나가고 세계 무대,특히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릴 계획이다.

후지쯔의 이같은 계획은 당연히 미국 업체들에겐 좋은 소식일 리 없다.

이미 후지쯔에 앞서 일본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지쯔의 가세는 일본 업체들의 대미 시장공략이 갈수록 거세질 것임을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업체들의 미국 시장공략의 기수는 도시바다.

이미 노트북 PC로 미국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굳힌 도시바는 올해부터는데스크톱 PC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제품 발표가 있을 것이며 우선은 일반 가정시장을파고든 후 점차 기업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NEC도 지난해부터 제품군을 혁신하고 미국 시장에서 기반을 다져가고있으며, 소니와 히타치는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후지쯔도 그 뒤를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지금까지 미국 업체에 주도돼 온 미국 시장의 판도가 상당히 변할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시장을 유린해 온 미국 업체들이 역으로 일본 업체에 의해 자국 시장을유린당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발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일본 업체들이 대부분 메모리칩이나 CD롬 드라이브와 같은 PC부품에서 강력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데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소니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와 유통망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빠른시간내 미국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며 도시바도 노트북PC시장에서 다져논 영향력을 등에 업고 데스크톱 시장에서도 선전할 것으로예상된다.

도시바는 이를 바탕으로 오는 98년까지 세계 5위, 오는 2000년엔 3위의 PC업체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으며 소니는 2,3년내 미국 홈PC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