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호" 아멜리오 체제 출범

오세관기자

최근 미국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에 의해 인수될 것으로 알려졌던 애플 컴퓨터사가 새회장 체제에 돌입했다. 그동안 애플사를 이끌었던 마이클 스핀들러가최고경영자직에서 물러나고 이사회의 일원인 길버트 아멜리오가 새 최고경영자(CEO)겸 회장으로 취임했다. 스핀들러의 퇴진은 경영난에 대한 인책성격이어서 아멜리오 체제는 처음부터 힘겨운 과제를 떠안고 출발하게 됐다.

애플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기술 우위가 마이크로소프트사 윈도95의 등장으로퇴색하고 시장점유율도 낮아지고 있는데다 이익률 감소로 적자상태에 빠져든애플을 위기에서 건져내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최대의 임무다. 아멜리오에게이같은 책무가 맡겨진 것은 그가 이미 내셔널 세미컨덕터사를 위기에서 구해낸 경험을 애플의 투자가들이나 이사진이 높이 평가한 때문이다.

내셔널 세미컨덕터가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면서 파산의 위기에 몰려있던 91년, 이 회사 운영을 책임졌던 아멜리오는 극적인 흑자 반전의 성과를 거두면서 "위기 탈출의 명수"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따라서 아멜리오가 애플에서도 그 때의경험을 살려 주어진 책임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견해를 피력한다.

이들은 아멜리오가 주요 인사들의 잇단 사임으로 전열이 흐뜨러진 경영진을보강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워 인력감축 등 구조재편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인관계를 중시하는 그의 성격도 독자노선으로 고립된 애플을 재도약시키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그가 반도체분야의 특허를 10여건이나 갖고 있을 정도로 첨단 기술을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그가 갖는 강점이다.

한마디로 경영, 기술, 관리의 3박자를 고루 갖추었다는 게 그를 지지하는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그는 애플의 주시장인 일반소비자시장엔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가격경쟁이 치열한 컴퓨터 시장의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가 연간매출액이 1백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일부에선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가 흑자로 반전시켰던 내셔널 세미컨덕터도 지난해 매출액이 24억달러에불과해 애플과는 차이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견해를 갖고 있는 측은 아멜리오 체제로의 개편이 애플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의아해하고 있다.

새 회장체제로의 전환은 그러나 애플이 당분간 홀로서기를 계속 하겠다는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선사와의 매각협상은 일단 뒷전으로 밀려난 것으로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애플사의 단기적 전략으로 주가를 상승시켜 매각금액을 높이려는 전략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제2의 애플로 거듭나려는 장기적인 몸부림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