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컴 초대석] "약해진 입지" 공격경영으로 해결"

모토로라 박희준 사장

국내 휴대전화단말기 시장을 주도한 모토로라호에게 더 이상의 순풍은 없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의 눈부신 약진으로 난전을 거듭해왔다. 여기에다 올해에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디지털 서비스 제공을 계기로 미 퀄컴사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강자들이 속속 이 시장에진출, 더욱 힘겨운 시장 쟁탈전이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들어 휴대전화기 기술이 평준화됨에 따라 가장 커다란 무기였던 브랜드이미지도 약화되고있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어 국산선호, 외산배제의 경향이 짙어지면서 다국적기업인 모토로라의 입지가 더욱 약화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거함 모토로라호를 이끌어온 박희준사장은 이처럼 변화된국내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요즘 한창 바쁜 모습이다.

박사장은 "휴대전화기 시장이 그동안 모토로라에 의해 독점돼왔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돌입했다"며 "이제 브랜드이미지만으로도 이 시장에서 초강세를 보여왔던 모토로라로서는 이제 체질개선을 통해새로운 강점을 마련해야만 될 시점"이라고 말한다.

박사장의 지적대로 모토로라반도체통신으로서는 올해가 "변신의 해"이다.

모토로라가 추구하는 변신의 모토는 "공격적 경영과 기업문화의 한국화"로설명될 수 있다.

이같은 모토로라의 변신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모토로라는지금까지 소비자가 저절로 찾아오는 "속편한" 영업을 계속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영업이 됐다. 브랜드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점유율 만년 1위의 자리를 지난해 7, 8월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내주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영업정책도 당연히 변할 수밖에 없었던것이다.

박사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 9월부터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인 광고를 펼치고 있다"고 밝힌다. 이제 적극적으로 소비자를 찾아가겠다는 의도다. 환경관련 홍보책자를 발간하는 등 대국민 홍보를 위한 각종 이벤트도 연이어 개최하고 있다.

특히 모토로라는 유통망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현재 40여개인 서비스센터를 올해말까지 80여개로 늘리는한편 유통망을 다각화하기 위해 대우통신과 조만간 OEM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박사장이 올들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기업문화의현지화이다. 외국기업으로서 국내 시장에 적응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모토로라는 강남구 청담동에 통합사무실을 마련, 그동안 개별적으로 분산돼있던 8개 사업조직을 한 곳에 모아 사업의 집중력을 배가하는 한편 한국사원들에게도 자부심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또 별도법인 모토로라코리아 명의로 돼 있는 반도체 공장을 파주로 확대이전하는 한편 모토로라반도체통신 설립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발된 무선호출기를 국내에서 제작해 국내에 판매하는 등 다국적기업이지만 국내산업에기여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계획이다.

이처럼 모토로라가 이제 생존을 위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들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디지털서비스가 개시되면서 절대강자가 사라지고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는 휴대전화기 시장에서 모토로라반도체통신의 이같은 변신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균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