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미 의회에서 통과된 통신법 개정안에 대해 미국의 통신업계뿐아니라방송업계.케이블TV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통신개혁법은 통신부문내에서는 물론 통신부문과 방송부문간의 영역을 허물어뜨려 통신업체와 미디어업체간의 제휴.합병 또는 경쟁체제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TV.라디오등 방송업체에 대한 소유제한도 완전히 철폐돼 다른 분야업체들의 이 부문사업참여가 자유로와졌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 통신.방송업계는 제휴 및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 업계의 격변이 예상되고 있다.
ABC.CBS.NBC.폭스TV등 미국의 4대 TV방송사들은 이번 통신법 개정안에대해 대체적으로 만족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정지역에서의 시청가구 상한이 25%에서 35%로 늘어난 것이 그 첫째 이유이고 다음으로는 케이블TV를통해 방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방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이미 캐피털 시티즈/ABC 와 CBS를 각각 인수하면서 미디어부문"영역 파괴"바람을 주도한 영화사 월트 디즈니사와 가전업체 웨스팅 하우스사는 올해에도 새로운 법테두리 안에서 선두방송업체로서 계속 사업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외에 CNN을 인수한 타임 워너와 온라인뉴스 서비스부문에서 제휴를 맺은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NBC도 앞으로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방송업체 소유제한이 철폐됨에 따라 대형 미디어업체에 의한 중소규모의 라디오 방송업체의 M&A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케이블TV업체들은 이번 개정안으로 케이블TV 서비스요금 규제가 완화됨으로써 수익의 증대를 보장받게 됐다. 그러나 이들은 통신시장 진입이 허용됨으로써 이 분야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통신시장에 진출할수 있는여건을 갖추고 있는 케이블TV업체들은 지역전화 및 장거리전화시장에서 기득권을 확보하고 있는 기존의 통신업체들과 일전을 벌여야 할 입장에 섰다.
이와 관련, 미국 최대의 케이블TV업체인 텔레커뮤니케이션즈사 (TCI)가 SBC와 제휴, 지역전화시장 진출을 선언한 바 있고 타임 워너사도 유사한 계획을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역전화업체들도 다른 분야 진입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장거리시장 진출은 물론 케이블TV사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벨 애틀랜틱이나아메리테크.퍼시픽 텔레시스그룹 같은 업체들이 무선 케이블TV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방송.케이블TV.전화업체들의 격전장으로 인터네트를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PC보급의 급증과 함께 성장 잠재력이 엄청난인터네트관련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기 위해 이들 업체들은 경쟁업체들과 제휴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외에 AT&T와 MCI커뮤니케이션즈가 많은 채널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통신개혁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경매를통한 방송 주파수대역의 유료화와 V칩 문제가 그것이다. 특히 폭력.음란물등불건전 내용을 차단하는 V칩 장착을 의무화한 조항은 방송사들의 "목엣 가시"가 되고 있다. 방송사들은 이 조항이 미국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이를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통신법이 개정됐다고 해서 미래 통신서비스의 형태를 감히 단정짓는것은 아직 성급한 감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통신개혁법의 발효는 앞으로 미국의 통신.미디어업계가 예측불허의 변화를 수반하는 과도기를 거쳐재편기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는 것과 자체시장 경쟁력 향상을 바탕으로 미국업계가 세계관련 시장을 더욱 거세게 공략할 것이라는 점이다.
<허의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