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호기자
지난해 일본 PC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하며 "PC보유 10명당 1대 시대"의주역으로 급부상한 후지쯔. 올해에도 그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나 수익면에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파괴가 이어져 온 가전분야의 올해 최대 관심사는 단연코 DVD지만 한편으로 벽걸이TV의 등장도 기대되고 있다. 또 3,4월로 예정됐던 발매시기가 가을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지만일본 게임기시장에는 드디어 "닌텐도 64"가 선보인다. 방송업계에는 디지털위성 다채널방송이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일본 통신시장에서는 이동통신 붐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NTT분할 논의는 어떻게 결론이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업계에는 "97년 위기설"이 나돌고있다. 산업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최근 세계 산업구조 속에서 올해 일본 산업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 것인가? 일본 "주간동양경제"가 전망한 올해일본산업의 동향을 분야별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일본 PC시장은 지난해 NEC의 "98"시리즈 진영대 미IBM, 애플, 후지쯔 등의"DOS/V"진영 구도에서 완전히 탈피, 올해부터는 NEC "98"과후지쯔 "FMV"의 각축전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PC시장의 60% 가까이를 점유해 오던 NEC 98시리즈가 94년 들어 처음으로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40%까지 하락했다. 98시리즈시장을 잠식한 제품은 후지쯔의 저가격 PC "FMV 데스크파워"시리즈로, 이에힘입어 후지쯔는 점유율 만년 4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93년 10월 DOS/V진영으로 돌아선 후지쯔는 지난 94년 11월, 20종 이상의소프트웨어를 포함한 가격을 10만엔대로 하는 FMV 데스크파워 시리즈를 시판했다. 이같은 저가공세는 92년 10월 미컴팩 컴퓨터사가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서 야기된 "컴팩 쇼크"에 비견될 만한 획기적인 저가전쟁으로 NEC, 애플,IBM 등을 당황케 하기에 충분했다.
후지쯔의 저가공세로 일본 시장의 PC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지난해 PC업체들은 출하대수의 폭발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면에서는 오히려 적자를기록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후지쯔 자신도 지난해에는 94년보다 3백40% 늘어난 1백4만6천대를 출하하면서도 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 업계 2위업체가 적자를 못 면하는 마당에 나머지 하위업체는 말할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다. 즉시장규모면에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 PC시장이 업체들에게는 가장 "재미없는" 시장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후지쯔의 저가공세는 일본IBM 등 다른 DOS/V진영으로부터도 빈축을 사고있으나, 현재로서는 이들 업체들도 이를 쫓는 수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항상 가격인하 공세에 대해서만은 끝까지 저항해 온 NEC도 처음으로 소프트웨어 일체형 PC "98메이드 밸류스타"를 내 놓으며 시장상황을 따를 수밖에없었다. 이에 따라 올해 일본 PC시장은 본격적인 체력전이 예상된다.
한편 저가화로 PC보급률이 크게 늘어나면서 실제로 큰 재미를 보고 있는것은 주변기기업체다. 프로그램, 데이터 등이 대용량화함에 따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CD롬 드라이브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고, 특히 인터네트와PC통신이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아날로그 전화회선과 디지털PC를 연결하는모뎀이 그 시장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기기시장에서는 아이와, 옴론 등 가전업체가 의외로 강세를 보이고 있고주변기기전문업체들의 실적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해PC생산에 전념해 온 대형업체들도 주변기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PC생산 대기업들은 주변기기를 생산한다 해도 자사상표 제품의경우 높은 가격으로 소량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PC의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각 업체들은 주변기기 세트판매로 얻는 이익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는 주변기기 가격을 낮춘다 해도 아직 본체에 비해 이익률이 높고 게다가 전문업체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앞서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무이익" 상황에서 PC는 계속 팔려나갈 전망이다. 일본전자공업진흥회는 올해 일본 국내 PC출하대수를 7백50만대, 내년에는 1천만대가 될것으로 보고 있다. 10명당 1명꼴의 PC보유시대를 눈 앞에 둔 일본 PC시장의"이익없는 활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