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애플 추락의 교훈

미국의 "우상"인 애플 컴퓨터사가 추락하고 있다. 최근들어 애플사의 PC시장 점유율이 감소하고 적자가 늘어나면서 매각설이 꼬리를 물고 나돌고 있다. 애플사가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미 IBM.휴렛패커드(HP) 또는 일본의 소니사 등에 의한 인수설이나돌다가 최근에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사의 인수쪽으로 귀착되고 있다. 특히선사의 애플사 인수협상은 거의 막바지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도돼 지난 몇주일 동안 비상한 관심을 모아 왔다. 비록 지난주말 애플사측이 공식적으로부인하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선사에 의한 인수가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애플사의 매수합병(M&A)자체보다는 "미국의 자존심"이라할 수 있는 애플사가 왜 오늘날과 같이 회생이 불가능하게 보일 정도의 경영위기를 맞게 되었는지 그 원인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애플사는 중대형 컴퓨터가 지배하던 70년대말 데스크톱 개념의 컴퓨터를처음으로 개발하고 사용이 편리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도입한업체로서, 컴퓨터를 범용화하는 데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이후 애플사는80년대 후반까지 PC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고성능PC 업체로서의자리를 확고히 굳혀 연간매출 1백10억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다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PC산업의 전반적 호황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이계속 감소, 세계 PC시장 점유율이 94년의 8.3%에서 작년에는 7.8%로낮아졌다. 이와 함께 이익률도 큰 폭으로 떨어져 적자가 누적되었으며 특히지난해 4.4분기에만도 6천9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애플사는 이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조직개편.임원개선 및 감원등의 여러가지 처방을 써왔다. 작년 한햇동안에 전체 45명의 부사장중 14명이 해임 또는 사퇴했으며 최근에는 직원 1천3백명을 감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이 호전되지 않자 이달초 애플사는 최고경영자마저 경질하기에이르렀다.

오늘날 애플사가 이같은 상황에까지 몰리게 된 데 대해 많은 업계전문가들은현 최고경영진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들의 시장상황 판단미숙과 위기대처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단기적으로는지난해의 매킨토시 일부 기종의 수요예측 실패로 인한 생산과 공급의 차질이경영진의 실책으로 지적되어 왔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는 이 밖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폐쇄적 전략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애플사는 윈텔진영이나 IBM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개방정책과는 대조적으로 기술우위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자기 기술을 개방하지 않고 폐쇄적전략에 집착함으로써 시장점유율 확대에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뒤늦게인식한 애플사가 지난해부터 독자노선에서 호환전략으로 선회했지만 아직은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PC산업의 신화를 낳은 애플사의 위기에 처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다른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컴퓨터분야에서도 기술보다는 힘의 논리가 더 크게작용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기술은 어느 정도 뒤지더라도 업계 표준을강력하게 추진하는 마케팅전략이 성공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애플사는 기술우위만 과신한 나머지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면서 시장흐름 파악에 게을리해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지 못하고 변방으로 밀려나는 결과를 자초한 것이다.

앞으로 신임 길버트 아멜리오 회장이 난국타개를 위해 어떠한 처방을 내놓을것인지 지켜봐야겠지만 기업의 폐쇄정책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