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컴유통업계 "부도 도미노"

중견 컴퓨터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고 있다.

소프트라인은 지난 8일 부도를 내고 회사정리 절차를 밟고 있으며, 상운도같은 날 거래은행으로 돌아온 1억여원의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는 보도다.

이들 업체의 부도는 컴퓨터 유통업계의 심각한 경영난을 그대로 반영하고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지난해 제우정보.옥소리.소프트타운.토피아.세진컴퓨터랜드 등 많은 유통업체들이 부도처리되거나 대기업에 인수된 데 이어, 올들어서도 그동안 건실하게 성장해온 소프트라인과 상운까지 부도를 낸 것은 컴퓨터 유통업계의 구조적인 불황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이같은 부도사태는 경기침체.자금난.경영악화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소프트라인과 상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이들 두 회사는 경기가불황을 보이고 있음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매장을 확대해 경영부실을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컴퓨터의 판매부진에 따른 극심한 자금난이부도의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보인다.

소프트라인과 상운의 부도이후 컴퓨터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부도파장이 업계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로심초사하고 있다.

실제 용산전자상가는 컴퓨터 및 관련제품의 거래가 뚝 끊겨 한산한 상태이다. 거의 모든 매장에는 각종 제품이 재고로 쌓이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1천만원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중견 컴퓨터유통업체들의 부도이후 하루 매출이 종래의 절반수준도 안된다고 한다.

특히 컴퓨터 유통업체들이 자금난으로 잇따라 부도를 내자 금융권이 자금대출을 기피하는 바람에 건실한 업체마저 어려움을 겪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정부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

사실 컴퓨터 유통업체가 부도를 내고 망하면 제품공급업체들의 연쇄부도는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물론 정부가 그 많은 컴퓨터 유통업체들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해줄 수는 없다. 문제는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으로 쓰러지는 업체들을 어떻게 보호하느냐이다.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지면서 각종 지원책들이 쏟아지고 있으나 유통업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우선 정부는 컴퓨터 유통업체들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만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현재 슈퍼체인 등 일부 중소유통업체에 한정되어 있는 연쇄화 사업자 자금을 컴퓨터 유통분야로 확대, 정부의 유통 육성자금을 장기저리로손쉽게 대출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이와 함께 컴퓨터 유통업체에 대한 금융권 신용대출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할 것이다.

지원자금 확보도 중요하지만 유통업체들이 자금을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는체제를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다음으로 컴퓨터 유통업체들이 신경영기법을 도입해, 갈수록 치열해지는경쟁환경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전략적인 정보수집과 계획수립은 물론 신유통기법 발굴을 등한시해 도산하는 업체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최근 설립한 중소기업청에 정보산업분야의 중소기업을 발굴.육성할 수 있는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한편, 새로운 경영기법을 제공할 연수기관 설립도 검토해봄 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