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2호 정지궤도 안착성공]

무궁화2호 위성이 11일 예정대로 적도 상공 3만6천Km의 정지궤도에 안착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절반의 실패"로 국민에게 상실감을 안겨주었던 1호위성도 보험사와의 재구매 계약이 마무리되면서 "절반의 성공"으로 깔끔하게둬처리됐다.

이같은 무궁화호 위성사업의 과정상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이제 명실상부한 자국적의 통신.방송위성 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것이다.

동시에 지금까지 1백% 외국 위성에 의존해온 국제 중계방송이나 국제통신을우리 위성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위성 임차국에서 위성 보유국으로신분이 수직 상승, "통신자주국"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또한 미래 첨단산업으로 세계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주산업경쟁대열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90년도부터 범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돼온 무궁화위성 계획의첫단계 사업은 최고점인 "A플러스"에는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A"정도의 평가는 받을 수 있게 됐다.

일반 국민이 무궁화위성에 대해 느끼는 체감온도는 실제보다 훨씬 높다.

무엇보다 자체위성을 가진 세계 22번째 나라라는 정서적인 자긍심이 가장중요한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무궁화위성 사업을 통해 얻어지는 효과는 일상생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위성을 이용한 방송은 산이나 건물 같은 지상의 전파 장애물로 인한난시청 걱정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건물 밀집지역은 물론이고 산악 오지.도서지역 등 공중파 방송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난시청지역이 단숨에 해소될 수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맑고 깨끗한 방송을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궁화위성을 이용해 세계에서 두번째로 디지털방식 위성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TV를 통해 고선명TV(HDTV)수준의 화질과 콤팩트디스크 수준의 음악방송과 같은 고품질의 뉴미디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된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3월부터 시작되는 종합 유선방송국도 위성을 통해 프로그램을수신할 수 있다.

위성방송은 또 남북한을 포함하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한민족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의 만주지방, 산동 반도를 포함한 중국 해안지방, 일본 열도의 남쪽절반 정도까지 전파를 보낼 수 있어 한민족 동질성 회복과 우리 문화의 해외전파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은 우주공간에 위치하기 때문에 지구의 넓은 지역과 통신이 가능하다.

원거리통신에서도 거리에 따른 비용차이가 거의 없다.

게다가 동시에 여러 지점과 통신이 가능한 동보성이나 다지점 동시접속이유리하다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점을 활용할 경우 위성 비디오 전송을 통해 대기업의 사내방송이나교육훈련, 영상회의, 원격 학원강의, 종교집회, 경마 등의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간단한 수신장치를 설치해 전달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본사와 지사간의 의사전달이 용이해지고 회의를 위한 출장이없어져 비용과 인력의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은행처럼 데이터 통신량이 폭주하는 기관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지점과 지상의 재해와 관계없이 24시간 장애 없는 금융전산망 운영이 가능하다.

언론기관들도 위성을 통해 전국에서 동일한 내용의 신문과 잡지를 동시에저렴한 비용으로 원격 인쇄나 출판을 할 수 있다.

일반국민도 가정에 앉아서 학원강의나 종교 집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은물론이다.

행정기관이나 군.경찰이 자연재해나 비상사태로 인한 지상망 두절시 위성망을 경유해 이동전화나 긴급통신망을 구축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일반 생활에서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물론이고 서비스산업.

제조업 등 산업 전반적 분야에도 엄청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무궁화위성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는 불모지였던 위성산업 나아가우주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위성체에서는 LG정보통신이 위성 중계기분야에, 대한항공이 구조물 제작분야에 참여한경험을 갖고 있어 국내 업체에 의한 위성체 부품 제작산업이 본격적인 태동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발사체분야에서는 한라중공업이 위성체와발사체의 결합장치인 PAF(Payload Attach Fitting)를 비롯, 총 20개 부품을제작해 무궁화 위성 발사체 업체에 공급했다.

국내 업체들이 제작한 부품이 무궁화 위성에 결합되어 실제 사용됨에 따라향후 외국 위성의 부품제작에도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또한 국내업체나 연구소의 전문인력이 무궁화위성의 위성체나 발사체 제작현장에 참여하면서 체득한 위성 관련 노하우도 보이지 않는 소득이라고 할수 있다.

특히 무궁화위성의 가동으로 얻어지는 지상장비의 수요 등을 종합할 때 국내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이러한 인적.물적 토대가 축적될 경우 차세대 위성을 국내기술로 직접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궁화 위성 발사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미국은 47개의 통신 및 방송위성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일본이10개, 중국이 4개, 홍콩이 2개의 자체 위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위성 산업 진출이 국가 경제 규모면에서 그리 이른 편이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위성간의 주파수 간섭을 피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일정한 간격으로위성을 배치하기 때문에 우주공간 궤도를 놓고 각국간에 치열한 자리 다툼이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현재 세계 20위권인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수준을 2015년까지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수립,추진할 예정이다.

이 계획은 부문별 세부계획에서 재원.추진방법 등까지 일일이 열거하며 우주산업의 20년 대계를 위한 총체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 계획은 우선 96년부터 2015년까지 통신위성 5기, 다목적실용위성 7기,과학위성 7기 등 총 19기를 발사한다는 야심찬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 우리별3, 4호와 다목적 1호가 2000년 이전에 발사될 예정이다. 통신위성은 2000년까지 위성의 관제.운용기술을 축적하고 운용시스템.부품제조 기술을 개발하며,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무궁화 4, 5호 부품의 국산화를 이룩한 뒤 2011년 이후 무궁화 6호위성부터는 국내주도로 개발해 통신위성 기술 자립화를추진한다.

이같은 중장기 계획이 예정대로만 진행된다면 200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는우주산업 일류국으로 또 한번의 도약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승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