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성기자
반도체업계에서는 특히 D램의 수급관계가 올해의 관심사다. 반도체의 고성장세는 올해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난해 이후 일본과 한국에이어 대만에서도 생산라인의 신.증설이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어 공급과잉에 따른 시장상황 악화의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에선 최근 "97년 위기설"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 내용은내년에는 일본 업체에 이어 한국, 그리고 대만업체들의 생산력 증강계획이완료돼 현재 수급불균형이 극심한 D램을 중심으로 공급이 급격히 증가, 시황이악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공급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 초점은 대만의 움직임에 맞춰지고 있다.
PC.주변기기의 최대 생산지인 동시에 반도체의 거대 수요지인 대만에서는16MD램 생산라인이 속속 설치되고 있다. 일본기업중에서도 미쓰비시전기와오키전기가 현지기업과 합작으로 공장을 건설중이다.
세계반도체통계기구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의 지난해 가을 시장예측에따르면 세계 반도체시장은 95년에 43.7% 신장했으며 96년에 26.4%, 97년 18.1%로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멀티미디어시대의 도래를 반영해 반도체수요 그 자체는 21세기를 향해서 중장기적으로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황은 수급균형으로 결정된다. 공급이 늘어나 현재 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 사용자의 충족률이 90%에 근접하면 가격 변화가 불가피하다.
새로운 전략을 전개해야 할 상황에 부딪힌 것이다.
전략의 핵심은 메모리, 특히 D램 의존체체의 탈피에 있다. 바꿔 말하면 어떻게 로직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메모리사업의 탈피는 일본업체들에겐 영원한 숙제다. 이들은 80년대전반 주력제품인 2백56KD램이 메인프레임의 불황으로 고전, 수익이 극도로악화되는 경험을 겪었다. 이후 "메모리 시황에 좌우되지 않는 안정경영"이지상과제가 돼 버렸다. 여기다 메모리분야에선 한국과 대만업계의 공세가 위협적이다. 때문에 일본업체들은 다른 분야, 즉 로직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로직강화라고는 하지만 급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PC의 마이크로프로세서(MPU)는 현재 인텔의 독무대다. 승부를 위한 정면대결은 할 수 없는상황이다. 때문에 그 대안으로 일본기업은 멀티미디어기능을 강화한 LSI(대규모집적회로)에서 독자노선을 내걸고 있다. 멀티미디어시대 핵심기술의하나인 DSP(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도 그중 하나다. 이 분야에서는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사가 세계시장을 50% 점유하고 있지만 일본업체들도최근 적극적인 개발.제품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 최대의 반도체업체 NEC는 MPEG2대응 고속DSP나 이동통신기기용등의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도시바는 미국 크로마텍사와 공동으로 DSP "Mpact"를개발했다. 특히 이 제품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의 변경을 통해 화상처리등의 다기능을 실현, 전용 DSP를 사용한 확장보드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PC업체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또 히타치는 독자적인 아키텍처를 채용한 64비트 RISC(명령어축약형컴퓨팅)형 마이컴 슈퍼H를 무기로 멀티미디어시대에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PDA(개인휴대정보단말기)시장을 노리고 있으며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현지생산에착수했다.
멀티미디어대응 LSI는 사실 일본업체를 포함, 세계 어느 업체에게나 매력적인 사업이다. PC에서 인텔과 같은 업계표준이 확립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의존 탈피"를 꾀하는 일본업체가 세계표준을 장악할지 96년은 매우중요한 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