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는 잠시 말을 멈춘다.
"어쨌든 비집고 들어오는 놈이야 항상 있으니까. 호주 사람들은 서해안 소년들이라는 걸 취급했는데 그게 저 친구를 저렇게 만들었다오. 들어본 적 있죠?"
카를로스는 자신의 실버 체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일본인에게 얼굴을 마주대며 묻는다.
"뭘 그렇게 쳐다보슈? 나한테 맘 있수?"
그 일본인은 공포에 질려 얼굴을 돌린다.
"실리콘 밸리에서 막 개발된 이 신상품에 일본인들이 눈독을 들인 것이오.
이 신상품이라는 게 한 마디로 끝내준다는 것 아니겠소?"
"뭐죠?"
"샌 안드레아스(역주:미국 서부의 지진대) 8.0이라는 것 들어본 적 있소?"고비는 고개를 흔든다.
"아니오."
"안 자른 것은 샌 안드레아스 1온스에 500엔 정도 하는데 자른 것은 최소한10배 정도 한다오."
"그래 효과가 뭐죠?"
"샌 안드레아스 지진대하고 같은 충격을 준다오."
"설마."
"이건 미 공중위생국도 잘 모르는 새로운 상품이오. 미국에서는 아직 불법이아니라는 뜻이오. 신일본에서도 제일 잘 팔리는 상품일 뿐더러 수출도 제일잘 되는 품목이라오. 맛 한 번 보시겠소?"
"죄송합니다만 샴페인이나 뭐 드시겠습니까?"
승무원 하나가 쟁반을 들고 다가와 묻는다.
"우리 지금 대화 중인 것 안 보이오?"
카를로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온 이빨이 다 보이도록 입을 벌리자, 승무원은당황해서 서둘러 돌아선다.
"아, 죄송합니다."
"자,"
카를로스는 고비의 웃옷 호주머니에 작은 병을 하나 집어넣으며 말한다.
"언젠가 뭘 폭파하고 싶을 때 쓰도록 하시오. 괜히 샌 안드레아스 지진이라고 하겠소?"
아까 그 승무원이 애써 예의를 갖추며 되돌아와 말한다.
"약 10분 후면 착륙할 예정입니다. PVI(심리 바이러스성 예방접종) 혈청을드셔야 하는데요. 법으로 규정된 일이라서……."
고비가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소. 고맙소."
그는 가방에서 PVI 키트의 봉함을 연 후 PVI 드링크병을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