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앉아 보고 있던 일본인 샐러리맨들이 미소지으며절한다.
고비는 병마개를 열어 혈청을 들이마신다. 맛이 달다. 카를로스에게 묻는다.
"안 마실 겁니까?"
카를로스는 고개를 흔든다.
"아뇨, 내 건 이거요"하더니 흡입상자를 열어 들이마시고는 창밖을 내다보며말한다.
"교수님이야 어떻게 아시겠수."
거대한 빗방울이 현창에 부딪치며 눈썹처럼 퍼진다. 회색빛 나는 초록색휘장이 논 위에 깔려 있다. 신일본의 만은 타르를 뒤집어쓴 오징어처럼 보이고, 해초농장들이 바둑판 무늬 모양으로 한데 모여 있다.
니산 우주 리무진은 착륙 후 잠시 정지해 있다. 그러더니 문이 열리고 비에젖은 아스팔트 위로 승객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우주복 우의에 검정 부츠를 신은 사람들이 조명탄이 켜진 원 밖에 서 있다.
승무원은 문 앞에 서서 셔틀에서 내리는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절을한다.
고비와 카를로스는 아스팔트 길을 걸어가는 승객들 틈에 끼여 간다. 에어백건물에 이르는 계단처럼 생긴 것을 향해 걸어간다. 두꺼운 플라스틱판이터미널을 덮고 있고 그 위로 누르스름한 화학적인 빛이 비친다.
고비는 마치 병원 복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말없는 일단의 사람들이 터미널 속에서 북적거리고 있다.
고비는 잠시 그들이 여행객들인지 아니면 거기서 사는 사람들인지 하는 엉뚱한 의문이 생긴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해초국수 매점조차도 급식 장소 같이보인다. 사람들은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이제 어지럽게 윙윙거리는 소리처럼 들린다. 마치 전기가끊겨 비상 발전기로 모든 대화가 돌아가는 듯하다.
마침내 도착한 것이다. 조금 얼이 빠지고 헤맬 것이다.
사토리사에서 그를 맞이할 사람이 나오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다.
더군다나 예정대로라면 어제 도착했어야 하지 않은가? 사토리 본사가 있는시내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서는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 거지? 고비는 혹 누구하고 눈이라도 마주치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을 둘러본다. 다들 그와 같은 사람들이다. 단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매일 일어나 자신도 모르게 사라지는 것일 뿐. 그 자신도 곧 경험하게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