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기업 인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요 재벌그룹들이경기하강 국면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수립, 해외투자를 강화하면서 국제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해외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재벌기업이 해외기업 인수에 나서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대응해 생산 및 마케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기업이 해외기업 인수에 투입한 자금은 전년동기 대비 60%이상증가한 1조1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가 3억5천만달러를 투입, 미국의 자존심으로 남아 있던 제니스사의지분 57.7%를 인수해 제니스 상표와 이 회사의 멀티미디어 관련 기술을확보했으며, 삼성전자도 3억7천8백만달러를 들여 세계 6위의 컴퓨터업체인미국 AST사의 지분 40%를 인수했다. 삼성은 특히 지난 93년 세계적 하이파이 오디오업체인 일본의 럭스사를 인수하고 칠레의 통신서비스업체인 엔털사의 지분 15.1%를 확보한 바 있다.
현대전자도 세계적인 HDD업체인 맥스터사와 에어웨이브사의 일정지분을인수한 것을 비롯해 3억4천만달러를 들여 반도체업체인 심비오스사와 TVCOM사를 완전 매수했다.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매수합병(M&A)은 지난 80년대 후반 국제수지 흑자를배경으로 시작됐고 그 규모도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해외기업 인수에 투입하는 자금이 건당 1억~4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거대화하고있어 우리 기업의 역량이 그만큼 향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해외기업 인수 러시는 경제의 글로벌화 진전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상당기간지속될 전망이다.
해외기업의 인수나 자본참여는 인수대상 기업이 보유한 특허 등 첨단기술과고급 연구인력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고 현지시장 진입에 따른 저항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이 그동안 인수한 해외기업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해경영을 정상화하기까지는 상당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해외기업 인수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대대적으로 해외기업 인수에 나섰던 일본기업들이대부분 실패한 사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일본기업이 해외기업 인수에실패한 것은 당시 일본경제에 거품이 일었던데다 외국기업 인수시 일본식 자산가치 척도에 따라 인수금액을 산정, 과도한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팔리지 않아 폐쇄직전에 있는 기업을 인수한 것도 실패요인의하나로 작용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기업 인수를 기피할 필요는 없다. 우리 기업이 국제화를위해 꼭 필요한 전략 중의 하나가 해외기업 인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기업을 인수할 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수대상 기업의 장단점을 철저하게파악한 후 결정해야 한다. 우선 매수가격의 적정성 여부, 인수기업과 자사의약점과 장점을 철저히 평가한 후 이를 토대로 인수대상 기업을 선정해야한다. 또 현지의 기업경영방식을 철저히 습득해 기업인수후 실패요인을 줄여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구체적이지 않은 상태에서막연한 기대로 해외기업을 인수하거나 인수후 본사의 경영방침을 강요하는행태는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국내기업들이 세계화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기업 인수가 불필요한외화의 낭비를 초래하는 결과가 빚어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M&A붐에 편승한 노동매수를 배제하고 실질적인 경영분석자료를 바탕으로 득실을 정확히 따져 기업인수에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