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뉴도쿄를 향하여 (56)

지연되었던 신경의 적응이 일어난 것이 바로 그 때다.

거의 압도적이다. 고비의 감각적 입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게에너지의 농도가 높은 곳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숨쉴 뿐 아니라 살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는다. 고바야시의 다운로드조차도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대기 전체가 부글부글 끓는다. 궁지에 몰린 에너지의 이동. 순간순간 느껴지는 에너지의 이동은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그의 몸이 전율한다.

과연 어느 누가 무너지지 않고 이 에너지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 고비는 잠시카를로스를 흘끗 쳐다본다. 이 자는 어떻게 버티는 거지? PVI를 안 마셨는데도 이 신경 시소게임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거의 인간이 아닌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카를로스는 고비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 씩 웃는다.

"다 생각에 달린 것이오. 여기서 바로 그걸 배우게 될 것이오. 눈에 보이는그 어떤 것도 그대로가 아닌 것이오."

그리고는 흡입상자를 꺼내더니 조금 들이마신다.

"내 약은 따로 있다고 했잖소?"

순간 웃옷에 들어 있는 샌 안드레아스 8.0이 생각난다.

"이거 확실한 거요?"

그것을 꺼내본다. 카를로스는 자못 심각한 어조로 말한다.

"그것에 대해 한 가지만 충고하죠. 때가 되면 언제 사용할지를 알게 될 거요. 내면 저 깊은 곳에서 진동을 느낄 때, 그 때가 병을 딸 때인 것이오. 세계최고의 진동 대비약이오."

"그런데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것이오?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들 무슨 상관이오?"

뉴도쿄의 엷은 공기 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 고바야시의 의식이 숨어 있는바로 그 자리에 카를로스는 장난기 있게 한 방 먹인다.

"누가 형씨한테 신경쓴다고 했소?"

그러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그런데 사무라이가 마중 나온다는 얘기는 안했잖소?"그 일본인은 에어백을 입은 사람들 위로 막 서핑을 하고난 사람처럼 보인다. 위에 꽁지를 묶고이마가 푸르스름하게 면도된 사무라이 머리에 땅딸막한체구다. 우스꽝스럽게펑퍼짐한 바지에 천으로 된 쿵후신을 신고 고비를 향해 춤추듯이 걸어온다.

조끼도 펑퍼짐한데다 변화무쌍한 만화 주인공들이 윙크하는 모습이 담긴비디오 단추가 쪼르륵 달려 있다. 또 긴 검 하나와 짧은 검 하나를 허리에차고 어깨에는 군대식 배낭을 들쳐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