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거래(CALS)와 관련된 협회가 한 달 사이에 두 개나 설립됐다.
지난 1월 16일 "한국CALS EC협회"가 호텔신라에서 창립총회를 갖고활동에 들어간 데 이어, 이달 16일 "한국CALS EC기술협회"가 역시 호텔신라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했다.
한국CALS EC협회는 창립총회에서 CALS체제의 도입.확산을 위해미.일 등 민간기구와의 협력 추진, 표준제정 참여, 기술개발 및 CALS진흥을 위한 범국가적 협력체제 구축 등을 주요사업으로 내세웠다. 또 공통애로 기술개발을 위해 CALS연구조합과 전자거래(EC)추진 지원센터의 설립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 협회보다 한 달 뒤에 생긴 CALS EC기술협회는 전기통신.시스템통합 등과 관련한 기업 및 연구소를 중심으로 CALS 관련 소프트웨어를보급하기 위한 모임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먼저 설립된 "협회"가 CALS의수요자 모임인 반면, 나중에 생긴 "기술협회"는 공급자 모임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일반적으로 산업과 관련된 민간단체인 협회는 산업계의 여론을 수렴해 정부에 건의하고 정부의 방침을 업계에 전달하는 매개역할을 하며 정부와 업계가대립할 경우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맡게 된다.
CALS협회는 이같은 역할과 CALS를 산업계나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보급하는 것이 핵심 임무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처럼 임무가 명확히 주어져 있는 분야에 한 달 사이에 명칭이 비슷한 협회두 개가 설립된 것은 분명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쟁력의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CALS의 도입이미국이나 일본보다 늦었다. 두 개의 협회가 CALS를 서둘러 도입하기 위해설립됐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일이다. 그렇지만 유사한 성격의 협회두개를 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CALS를 도입.구축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표준화다. 이미전세계적으로 CALS표준이 속속 제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국제 표준규격을 KS규격으로 제정, 표준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각 산업계가 CALS도입을 제각각 추진한다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표준의 난립은국제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CALS를 추진하는 대표적인 민간단체인 협회도 통일되고 일관된방침을 가져야 한다. 두 개의 협회가 경쟁관계에 있는 것은 표준화에 도움이안된다. 설령 서로 보완적인 관계라 하더라도 굳이 일을 나눠 맡아야 할 이유는 발견하기 어렵다. 우리보다 CALS분야에서 10년 앞선 미국이나 5년앞선 일본도 성격이 비슷한 협회를 두 개씩 갖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앞으로 CALS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한글의 표준화 등 협상할사안이 많아질 것이다. 이 경우 협회가 두 개라는 사실은 에너지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만약 두 협회가 주도권 다툼까지 벌인다면 미국에 이용당할 소지를 배제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도 우선 CALS와 관련한 국제회의에 대표자로 누가 참여하느냐가 문제다. 지난 94년 12월에 탄생한 CALS인터내셔널은 매년 국제 회의를 개최하며, 세계 각국은 대표적인 민간단체 하나를 파견한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 "협회"와 "기술협회"가 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단체라고주장하면서 서로 참여하겠다고 다툴 수도 있다.
이처럼 양분화 사태가 벌어진 것은 협회 설립에 참여한 관계자나 업체들에도문제가 있지만 정부의 책임도 있다.
"협회"는 통상산업부가 관장하는 단체로 설립됐고, "기술협회"는 정보통신부가 관장하는 단체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어떤 연유로 두 개의 협회가 양부처산하에 각각 설립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CALS의 청사진을갖고 업계를 선도해야 할 정부가 경쟁적인 두 개의 협회 설립을 승인했다는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통산부와 정통부가 사전에 서로 협의를 했더라면 적어도 동일한 분야에 두개의 협회가 설립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가차원에서 CALS를 효율적으로 도입.확산하기 위해두 협회의 성격과 역할을 명확히 규정해야 하고, 그래도 적지 않은 업무가서로 중복된다면 통합 등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