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관련 국가자격증 검정시험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컴퓨터 관련기술과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3~6개월로 짧아지고 정보화도 하루가 다르게진전되고 있는데, 현행 컴퓨터 관련 국가자격증 검정시험제도는 80년대 수준에머물고 있다.
따라서 현재 시행중인 컴퓨터 관련 검정시험제도로는 기술발전에 부합하는건실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보다는 단지 국가 및 기관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소지자만 양산하는 형식적 절차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자격증 소지자는 많아도 산업계에서 정작 필요로 하는 실무능력 보유자는 드물다는 게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선 검정시험 출제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컴퓨터 관련기술이 90년대 들어 다운사이징이나 클라이언트서버 등으로 급속히 변하고멀티미디어와 인터네트 등 첨단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는데 검정시험 문제는아직까지 70년대를 풍미해온 메인프레임 관련내용을 담고 있는 등 너무나도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한 출제문제들도 이와 유사하다. 정보처리기사의 경우최근 대다수 프로그램 개발환경이 C언어를 뛰어넘어 SDK나 비주얼 C++등 비주얼 환경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실무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코볼이나IBM370용 어셈블러 관련내용이 나오고 있으며, 80년대에 인기를 끈 디베이스와 로터스 등 한물간 구형 SW가 시험과목에 버젓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이러한 내용이 올해부터 일부 현실화하긴 했으나 급변하는 기술발전을 쫓아오지 못하기는 매일반이다.
시험 출제에도 적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다. 컴퓨터 오퍼레이터를 양성하기 위해 치르는 워드프로세서 2급 시험의 경우, 지난해 도스 및 전자계산기(EDPS) 분야와 관련한 고난도 문제가 출제돼 수험생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시험방식에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현재 워드시험과 사무정보기기 응용기사자격증 시험을 제외하면 대부분 필기시험 비중이 높아, 논리적 사고를 요하는 컴퓨터 학습과정을 오히려 단순암기로 유도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함께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보완이 요구된다. 정보화 사회의급진전과 컴퓨터 마인드 확산으로 컴퓨터 관련 국가자격증 검정시험을 치려는응시생이 줄잡아 매년 2백만명에 이르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불편이 적지 않다. 지난해에는 대입 수능시험 응시생의 3배를 넘었는데,많은 사람이 매번 불편을 겪게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 중 응시생이 가장 많은 대한상공회의소의 워드프로세서 검정시험은 지난해 무려 1백20만명이 모였고, 올해에는 1백50만명이 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워드 검정시험을 보기 위해 응시생이 조작해야 하는 컴퓨터는 요즘가정이나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종보다 훨씬 낙후된데다 각각의컴퓨터마다 세팅해 놓은 내용이 달라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또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시행중인 자격시험은 정보처리.사무정보기기.정보기기운용.전자계산기.전산응용기계제도.무선설비 분야의 기사와 기능사등 10여종에 이르며 응시생이 1백만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시험날짜가 주최측이 관리하기 편리하게 조정돼 비슷한 자격증의 시험일이 중복되기 일쑤여서 응시생들은 유사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최소한 3,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응시생보다는 주관기관의 편의만 고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제 국내에도 컴퓨터 보급이 4백만대를 넘으면서 인력요구가 더욱 커지고있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비용이 다소 추가되더라도 국가대계를 위해서는 기술자격 시험제도를 현실에 맞도록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