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의원기자
미래 정보고속도로시대의 주연자리를 놓고 미디어업계와 전화업계가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케이블TV업체들의 마음은 편안하기만 하다. 이유는 이들에게"케이블모뎀"이라는 든든한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온라인서비스업계나 엔터테인먼트업계 등이 정보고속도로에서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케이블모뎀의 출현과 더불어 상황은 뒤바뀌었다. 케이블TV업체들은 이 기기가 자신들을 정보고속도로레이스에서 선두권으로 밀어 올려줄 것이라는데 한점 의심도 품지 않는다.
동축 TV케이블을 이용하는 이 기기는 현재까지는 정보고속도로의 실현에가장 가까이 다가선 기기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네트 웹(WWW)의 부상으로 음성.화상.영상 정보의 전송이 보편화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NBC가제휴해 제공하게 될 서비스를 비롯, 앞으로 영상물이 특히 풍부해짐으로써정보전송량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보통신업계는 정보전송의 병목현상을 해소시킬 수 있는 묘책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의 전송기술에 엄청난 혁신이 따르지 않는 한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의 정보교환 욕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곧 다른 부문의 체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내포한다. 한마디로 네트워크 성능향상이 절대명제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현재 각 가정은 일반 모뎀, 위성통신, 비동기 디지털가입자 회선(ADSL),종합디지털 통신망(ISDN) 등 다양한 통신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케이블모뎀은 이들에 비해 훨씬 많은 이점을 갖고 있어 미래 네트워크시대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타임워너 케이블사의 경우 이 모뎀을 채용한기술을 시험서비스중이고 텔레커뮤니케이션스사(TCI)도 케이블모뎀에 기반한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케이블모뎀은 기존 정보전송방식 모두를 박물관으로 몰아넣고 있다 해도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10Mb 용량의 정보를 전송하는데 28.8Kbps전화 모뎀의 경우 46분이 소요되는데 비해 케이블모뎀은 20초밖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알려졌다. 20초라는 케이블모뎀의 전송속도는 전화업계가 구축하고 있는 ISDN이나 위성방식의 전송속도 10분에 비해서도, 또ADSL의 52초에 비해서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더욱이 위성전송방식은 양방향성 구현이 아직 요원하고 ADSL은 기존 전화회선을 업그레이드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ADSL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는 월간 3백50달러가 소요돼 케이블모뎀의 25달러와는 비교가 되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ISDN은 50달러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케이블모뎀은 사용하기 쉽고, 아은 대여만 되고 있지만 곧 판매가시작되면 제한된 양의 공급으로 4백달러에 달하던 기기가격은 1백50달러 수준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이처럼 현재까지 발표된 모든 고속 전송기술 가운데 케이블모뎀이 가장 성공작인 것만은 분명하다. 케이블TV업체들은 케이블모뎀으로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사이언티픽 애틀랜타사의관계자는 이에 따라 오는 98년까지 약 40%의 미국 가정이 양방향 케이블모뎀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확실히 케이블모뎀은 인터네트등 통신부문 전반에 걸쳐 하나의 굵은 마디를이루었다. 그러나 아직 표준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오는97년이면 국제표준을 채택한 케이블모뎀이 시판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표준제정 작업이 지체된다면 시장성장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어서 업계도 표준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TV업계는 케이블모뎀을 "업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강조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화업계와의 경쟁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도사실이다. 전화업체들이 네트워크를 동축케이블화하면서 케이블TV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리의 손은 결국 소비자가 들어주게 돼 있어 아직까지는 어떤 예상도 내리기가 어렵다.